전국 수문장들 경복궁 집결…왕 알현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 20주년 기념 임명의식 행사
덕수궁·창덕궁·인천국제공항 지킴이들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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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문장 240여 명이 3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 집결한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수문장 임명의식 특별행사에 참여한다.


수문장은 조선 시대에 도성 및 궁궐의 각 문을 지키던 관직이다. 임명의식은 조선 왕이 흥례문에 행차해 수문장을 임명하고 축하한 행사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예종 1년(1469)에 처음 시행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2002년부터 임명의식을 재현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왕은 추천받은 고위 관원 명단에서 가장 신뢰하는 이의 이름에 점을 찍는 낙점(落點) 방식으로 수문장을 임명했다. 이들 수문장은 궁궐 호위 최일선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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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의식에서 전국 수문장들은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 모여 왕을 알현한다. 이들은 1996년에 시작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덕수궁의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이나 조선 왕이 가장 애용했던 궁궐인 창덕궁의 돈화문 수문장 호위 의식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제주를 지키는 제주목 관아 수문장 교대식 또는 인천국제공항의 안전을 상징적으로 맡는 공항 수문장 교대식을 거친 이들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역별 수문장의 특색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공연과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이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과 진주검무(晋州劍舞)를 펼치고, 제주목 관아 수문군이 단체검 축하공연을 한다. 가인전목단은 향악 반주곡에 맞춰 추는 전통 궁중무용이다. 홍생색체 옷을 입고 금봉관을 쓴 아름다운 사람이 모란을 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주검무는 진주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칼춤이다. 조선 시대 왕을 보위한 정예 군인인 갑사(甲士)를 체험하는 장도 열린다. 갑사 선발 과정인 창술과 곡궁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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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궁능유적본부는 오는 16일까지 창덕궁 돈화문에서 수문장 행사도 한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궁궐을 지키는 호위 의식,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는 도성 문을 지키는 파수 의식을 각각 펼친다. 수문장들은 창덕궁 수호를 위해 돈화문에 서서 근무할 예정이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 후기의 궁궐 호위 문화를 볼 수 있어 특별하다"며 "조총, 등패 등 보기 힘든 무기들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등패는 등나무 줄기로 만든 작고 가벼운 원형 모양의 방패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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