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유발’ 주차 분쟁…서울·인천 아파트, 세대당 1대도 못 대

서울 세대당 0.89대…인천 세대당 0.93대
전국 세대당 차량 보유대수는 2.5대 가량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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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최모씨(36)는 최근 차를 구입한 뒤 이웃과 분쟁을 겪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10세대가 거주 중이며 주차 가능대수는 10대, 세대당 1대 꼴이었다. 최씨가 주차를 하려하자 막상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입주세대 1곳에서 2대의 차량을 운행하면서 차량이 10대에서 11대로 늘어난 것. 최씨가 주차를 한 뒤부터 해당 세대는 "원래 우리가 주차하던 자리이니 차를 빼 달라"라면서 지속적으로 최씨에게 요청했다. 최씨는 "각 세대당 주차면 1곳씩은 권리"라고 맞받아쳤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에는 10세대가 1자리를 놓고 주차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킥보드를 대놓고 "임의 이동 시 고소 예정"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입주민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입주민은 "야간근무를 하는데 퇴근하고 왔을 때 차를 댈 데가 없어 항상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라면서 "상당수의 차량들이 알박기를 하고 있으며 주차 대수 관리를 하지 않는 관리실의 업무태만이 화가 나 그랬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를 하면서 연락처를 남기지 않아 다른 차량들에 피해를 준 차량에 관리사무소가 ‘경고 스티커’ 8장을 붙인 사례가 화제가 됐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부분 주차장 면수 부족에서 비롯되는 사례들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세대수는 166만8791세대인데 반해 주차면수는 148만6591.3개로 세대당 0.89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도 세대 수는 57만8896세대인데, 주차면수는 53만6075개로 세대당 0.93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세대 수는 1001만여세대이고, 등록된 차량 대수는 2500만대에 육박해 세대당 보유차량은 2.5대 정도로 추산된다. 아파트 주차면수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최근 2년간 지어진 서울지역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1세대당 주차면수가 1.1~1.2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세대당 2~3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체감 주차면수는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자 아파트마다 주차 문제를 두고 입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회의에서는 세대당 3대 이상 차량을 등록할 시 주차요금을 가중으로 부과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일부 입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세대당 1대는 무료 주차를 허용하고, 2대일 경우 2만원, 3대는 20만원으로 주차비를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행법상 주차장 설치 기준은 가구당 평균 주차대수 1대 이상(가구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 0.7대 이상)인데, 1996년 개정 이후 그대로다. 건설업체에 주차장 면수 확대를 강제할 방법도 전무하다. 지자체들이 공동주택 허가과정에서 주차 면수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공동주택 법정주차대수를 세대당 1대 이상으로 늘리는 주택 건설기준 규정 등 관계법령 개정안을 2023년 2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파트 등의 사유지 주차 갈등 문제 관련 민원이 7만6000여건에 달해서다. 한 세대 당 법정 주차대수를 1대 이상으로 기준을 강화하고, 공동주택 주차장 내 불법주차를 단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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