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웅 '키이우의 유령' 사망소식…"사기진작 위해 창작"

키이우의 유령이라 불리던 파일럿 사망
우크라 공군 "전투기 40대 격추한적 없어"

[이미지출처=우크라이나 공군 트위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 40여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명 '키이우의 유령' 파일럿 이야기가 허구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당 파일럿의 전사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기가 꺾일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공군은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의 유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창조한 가상의 영웅이었다"며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렸던 스테판 타라발카 소령은 러시아 전투기를 40대 격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알려진 키이우의 유령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키이우의 하늘을 지키는 40전술항공여단 조종사들의 집합적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갑작스러운 해명에 나선 이유는 앞서 키이우의 유령으로 불려온 타라발카 소령의 사망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타라발카 소령이 지난 3월13일 압도적 숫자의 적군과 교전하다가 그가 몰던 MIG-29 전투기가 격추돼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타라발카 소령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으로 불려오며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초기에 타라팔카 소령이 러시아 전투기 6대를 격추했다면서 트위터에 그를 '키이우의 유령'으로 칭한 영상을 올리고 전쟁영웅으로 추켜세운 바 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 항공기 190대 중 40대 이상을 타라발카 소령이 혼자 격추했다는 설까지 나오면서 대중적 인기가 커졌다.

그러나 타라발카 소령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런 영웅담이 국민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돼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같은 추측을 부인했다. 이후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타라발카 소령의 사진이 '키이우의 유령'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