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후보' 안톤 허 “정보라 ‘저주토끼’, 참신한 문학성 돋보여”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 번역가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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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흔히 장르 문학이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은 문학적 문체가 매우 뛰어나고, 이야기가 매우 참신했다. 해외 출판사 측에서도 다른 출판사가 채가기 전에 빨리 계약해야한다고 말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아작)를 번역한 안톤 허의 말이다.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 번역가는 “제가 이 책(‘저주토끼’)을 번역하게 됐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하다”며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정 작가님이 원체 글 잘 쓰시는 분이기에 번역 작업에 딱히 추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작가님은 번역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시는 것”이라며 “긴장했는데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정 작가님 작품은 무조건 번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번역가가 생각하는 번역은 단순히 번역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품을 발굴해 전 세계에 전하는 모든 과정을 번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번역가로서 한국 문학의 지평을 세계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번역 기관들은 밀려고 하는 특정 문학들이 따로 있다. 일종의 문화 권력이다. 반면 저는 그렇지 않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책상에 앉아서 하는 번역은 전체 업무의 2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대개는 출판인을 만나고 이메일을 쓰면서 한국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고 전했다. 번역 작업은 대체로 번역가 스스로 발굴하는 편이다. ‘저주토끼’ 역시 2018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만났다. 첫 장을 읽자마자 매혹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혔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정보라 작가와 출판사에 번역을 제안하게 됐다.


다만 이런 상황을 두고 “(번역가가 에이전트 역할까지 하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출판생태계에 도움이 될 훌륭한 에이전트가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시절) SF작품의 원고료가 가장 높아” 장르문학을 쓰기 시작했다는 정 작가는 ‘저주토끼’ 집필 계기를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돌렸다. 그는 “2015년 환상문학웹진인 ‘거울’ 필진으로 있을 때였다. 거기서 십이지신(十二支神) 특집을 기획했는데 다 선택되고 양하고 토끼밖에 남지 않았다”며 “양은 잘 몰라서 토끼에 관해 쓰게 됐다. 예쁘고 귀여운 동물이니까 무섭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전했다.

수상작은 다음달 26일 결정된다. 상금은 5만 파운드(한화 약 8000만원)로 작가와 번역에게 균등하게 지급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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