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분양시장…서울 '청약불패' 공식 깨졌다

집값 하락론·고분양가 논란에 시행사 줄줄이 분양 연기
새 정부 출범 5월 이후에야 분양시장 활기 띨 가능성
불확실성 지속 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 우려도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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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3~4월은 분양시장 최대 성수기지만 올해는 시행사들이 분양을 연기하면서 이 시장 판도가 예년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미분양 사례도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분양 일정 재개나 시장 활성화 여부는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새 정부 출범 이후에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문1구역(3069가구), 이문3구역(4321가구)을 포함해 은평구 대조 1구역, 성북구 보문 2구역, 동대문구 이문 3구역 등이 잇따라 분양 시기를 연기했다. 집값 하락론과 고분양가 논란 속 청약자들이 청약 접수를 채우고도 미계약으로 남는 사례가 빈발하며 ‘서울 청약 불패’ 공식마저 깨지자 시행사들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일 분양했던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전체 216가구의 92%가량인 198가구가 미계약돼 지난 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22개 유형 중 5개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서울 첫 분양으로 주목받았던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에서는 지난 1월 분양에서 18가구가 미계약돼 지난달 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1만7710가구 수준이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올해 2월 말 기준 2만5254가구로 42% 늘었다. 11월 1만4094가구에서 3개월 연속 매월 3000가구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은 주로 지방에서 발생했다. 특히 충북과 대구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작년 말 대비 미분양 물량은 ▲충북 189% ▲대구 130% ▲경기 80% ▲충남 56% ▲경북 49% 늘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서도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 중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한 지역은 대구·울산·전남·전북·전남·제주 등 지방이 주를 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월 2318가구로 한 달 전보다 74.9%(993가구)가 늘어났다. 안성시(1068가구), 화성시(236가구), 용인시(222가구) 등 경기도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출범 시기인 5월 이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시행사의 경우 규제 완화가 나타난 이후로 분양을 개시해야 리스크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면서 "현재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가 나타난 이후 분양하려는 심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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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에는 올해 최대 규모인 5만5751가구의 분양 물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1분기 미뤄진 분양이 진행돼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올 여름부터 분양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정치권 공방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쏟아진 물량이 대규모 미분양으로 이어질 우려도 상존한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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