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사진 공유하고 "ㅋㅋㅋ"…끔찍한 '고어전문방'[안녕? 애니멀]

길고양이 잔혹 학대 사진 공유한 '고어전문방' 사건
온라인 공간서 유사한 사건 끊이지 않아
일각선 동물 학대 사범 '솜방망이 처벌' 지적
최근 11년 간 전체 사범 4358명 중 구속은 단 5건
전문가 "동물보호법 위반은 엄연한 범죄"
"엄중한 처벌, 동물 학대 관련 교육 함께 이뤄져야"

지난해 1월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살해한 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공유해 논란이 일었던 '고어전문방' 사건 당시 포획된 고양이 모습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1월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살해한 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공유해 논란이 일었던 '고어전문방' 사건 당시 포획된 고양이 모습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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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동물을 학대하거나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진·영상물을 만들어 공유한 이른바 '고어전문방' 사건 이후, 동물 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을 이용해 유사한 일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동물 학대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어전문방 사건은 지난해 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픈채팅방에서 길고양이들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는데, 글 작성자에 따르면 익명으로 운영되는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그 사진을 공유했다고 한다.

채팅방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신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된 동물 사체를 보고 "ㅋㅋㅋ", "통쾌하다" 등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시민들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본격적으로 고어전문방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당시 채팅방에 참여했던 인원 80여명을 전수조사했다. 이 채팅방의 방장을 맡았던 A씨는 지난해 9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고어전문방 회원들은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거나 살해한 사진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 캡처

고어전문방 회원들은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거나 살해한 사진을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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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영상을 공유한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1심 공판에서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고어전문방 사건 이후로도 동물을 학대한 뒤 온라인상에서 그 사진이나 영상물을 공유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 2월 경북 포항시 구룡포에서 벌어진 '포항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학대자는 당시 자신이 학대하거나 살해한 고양이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사진 속 장소를 조사해 포항의 한 폐양어장임을 알아냈다.


당시 동물권 단체인 '카라'는 시민들과 함께 직접 이 장소를 찾아 고양이 여러 마리를 구출하기도 했다. 카라는 SNS 계정에 쓴 글에서 "시민들과 함께 포항 폐양어장 동물학대 현장을 수습하고 고양이 아홉 마리를 구출했다"라고 밝혔다. 학대자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과정에서 방치해 둔 사체를 수습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동물 학대·살해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그 잔혹성에 비해 약하다 보니 '고어전문방' 같은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수는 지난 11년 동안 10배 이상 폭등한 것에 반해 처벌 수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수는 지난 11년 동안 10배 이상 폭등한 것에 반해 처벌 수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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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동물학대 사범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 992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014명이 검거됐다. 10년 전인 2010년 동물학대사범 수(78명)에 비해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그러나 처벌 수위는 여전히 약한 편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총 4358명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검거됐으나, 이들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원은 2751명(63.1%)였다. 10명 중 6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구속 인원은 단 5명에 그쳤다.


이 의원은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전문성과 수사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인식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동물학대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경찰 직장교육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시민들 또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은 최대 징역 3년,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범죄이며 동물 학대 사진을 게재, 유포하는 행위 또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동물 학대 행위가 심각한 범죄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이 최근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등 미흡한 점이 있다"라며 "사법부에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동물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행위가 용서받기 힘든 일임을 국민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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