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폐암보다 무섭다'?… 코로나 시대에도 암 검진 계속 받아야

김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국민의 30%는 폐암보다도 코로나19를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진 대상자 중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경우 검진 참여율이 저조한 결과가 나타나 늦은 암 발견의 가능성이 더 커질 우려가 제기됐다.

김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와 베트남 출신의 지도 학생 Thuy Linh Duong은 2020년 8~9월 전국 40세 이상 성인 35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암 검진 수검행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중개폐암연구지(Translational Lung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조사 결과 코로나19와 폐암 중 어느 병에 걸리는 것이 더 두려운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0%는 폐암보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더 두렵다고 답했다.

건강검진 참여율에 대한 조사에서는 폐암보다 코로나19를 더 두려워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30%만이 건강검진에 참여했다. 이는 폐암이 더 두렵다고 답한 응답자의 건강검진 참여율 34%보다 낮은 것이다. 특히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어 폐암검진 대상 응답자가 코로나19를 더 두려워한다고 답한 경우 검진 참여율이 16%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수치로 30갑년은 매일 담배를 1갑씩 30년 흡연하거나 매일 2갑씩 15년간 흡연을 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검진을 계획하고도 받지 않은 경우가 유의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조사 시점에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900여명인 반면 연간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이 과대해지면 암 또는 심혈관 질환과 같은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 균형있는 정보제공으로 필수 의료 영역에 대한 서비스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암은 여전히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질병이며 매년 암발생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암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암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