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본시장 건전성과 회계감사

최국현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국현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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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장회사들은 99% 이상이 1월1일부터 12월31일에 이르는 회기를 채택하고 있고 대부분은 3월 3~4번째 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경향이 있어 그 시기를 주주총회 시즌이라고 부른다.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면 회사의 전년도 경영성과와 재무상태 및 부속 공시사항 등이 대중에게 전자공시되고(dart.fss.or.kr), 회사의 재무제표 및 공시사항 등에 대한 독립적인 외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된다. 이후 며칠이 지나면 주주총회가 끝난 상장회사들의 감사보고서상 특이점들이 우리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의를 집중시키는 뉴스는 상장회사들의 재무제표 감사의견과 관련해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기업들에 대한 뉴스이다. 올해도 한국거래소의 4월3일 발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4개 회사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38개 회사에 대해 비적정 감사의견이 제출되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됐다.


주식회사의 상장으로 회사의 소유지분을 나타내는 주권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장기업은 적절한 가치평가를 받는 것과 함께 필요한 경우 자본시장을 통해 추가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주권 보유 결정 및 주권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동화(현금화)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가 상장이 폐지되면 자본조달 및 주권 유동화가 매우 어렵게 되고 비자발적으로 상장폐지가 되는 기업은 상장폐지에 이르는 사항들의 중대함으로 인해 주권의 가격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감사보고서 비적정 감사의견 중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감사의견’ 및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지 않았음을 표명하는 ‘부적정 감사의견’과 감사인이 감사를 수행할 수 없거나 회사의 생존가능성(going-concern)이 중대하게 의문시되는 경우에 표명되는 ‘의견거절’ 등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하지만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회사의 상장폐지는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코스피시장(코스닥시장)의 상장공시위원회(기업심사위원회)가 회사의 이의신청을 들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차기 사업보고서 법정 제출기한 후 10여일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여기서 논란이 대두되는 사항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대부분 기업에 최소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레몬을 섞어 놓은 시장이 돼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할인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기업들을 장외 OTC로 보내 제한적이지만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거래소 시장들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할인요인을 제한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시스템적 개선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적 개선이 상장기업과 투자자를 보호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포함한 시장경제에서의 희소 경제적 자원의 효용성을 높이는 시장의 자정기능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관련 법과 규정들의 제·개정 및 정비 등과 함께 이러한 시장의 자정기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나라 경제와 자본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의 험난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국현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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