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의 법조스토리]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뭐가 문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 주변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 주변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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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열여섯 번째 스토리로 최근 헌법소원이 제기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 2016년 10월 3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섰습니다. 몰려든 취재진과 시민들로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일부 기자들이 넘어지고, 최씨의 신발 한쪽이 벗겨지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수사관에게 팔이 잡힌 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최씨의 모습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나라를 망쳐놓은 최씨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나마 통쾌함을 느끼고, 울분을 삭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라진 검찰 포토라인…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당시 법무부 훈령 제정해 막아

박근혜·이명박·노무현·노태우·전두환 등 전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물론 이재용·최태원·김승연 등 거물급 재계 인사들도 검찰 포토라인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포토라인이 검찰에서 사라진 건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입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시작으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은 기존의 수사공보준칙을 대신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라는 법무부 훈령을 만들어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시행되도록 했습니다.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은 피의자의 혐의사실이나 수사상황, 사건관계인의 실명 등 형사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또 원칙적으로 전문공보관을 통해서만 공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제4장에는 초상권 보호와 관련된 조항을 둬 사건관계인의 출석 일시,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했고(제28조 1항), 사건관계인의 출석, 조사,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일체의 수사과정에 대하여 언론이나 그 밖의 제3자의 촬영·녹화·중계방송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2항)

나아가 검찰총장이나 각 검찰청의 장(검사장 내지 지청장)은 검찰청 내 포토라인의 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고(제29조 2호), 교도소나 구치소의 장 역시 검찰이나 법원 출석을 위해 피의자나 피고인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촬영 등을 통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제30조)


물론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근거로 검찰 포토라인을 폐지해야 된다는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전 정부 인사들의 검찰 출석 장면은 물론, 수의를 입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호송되는 모습까지 여과없이 노출되도록 했던 문재인 정부가 조 전 장관 일가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헌재로 간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헌법재판관들의 의지 문제

최근 한 시민단체는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청구인은 해당 규정이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방패막이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규정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 외에는 일체의 형사사건에 관한 공개를 금지한 규정 제4조, 공소제기 전 혐의사실과 수사상황을 비롯한 일체 내용의 공개를 금지한 제5조, 공소제기 후에도 공개를 제한한 제6조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 조항으로 꼽았습니다.


또 검찰청 공보 업무 담당자 외의 검사나 수사관이 언론 등에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될 경우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도록 하고, 내사까지 진행할 수 있게 한 제32조의2도 위헌 조항으로 들었습니다. 이 조항은 지난해 8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가한 조항인데,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문제가 많은 조항입니다.


김 사무총장은 "언론에 보도되는 형사사건은 대부분 권력형 비리 사건인데, 이 사건 규정은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방패막이로 활용되고 있으며, 검찰은 깜깜이 수사를 통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형사사건은 사건관계자나 변호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는데, 수사팀에 의해 유출됐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단지 상당한 의심만으로 내사까지 허용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며 "내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사팀에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고, 실제 내사가 진행된다면 해당 수사가 중단되거나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김 사무총장은 "민주주의 법치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언론은 의혹 제기, 시민단체는 고소·고발, 검경은 수사 및 기소, 법원은 판결로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 같은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이고 이를 통해 헌법상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2019년 법무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권을 거론하며 피의사실공표 금지 규정을 내세웠는데 이는 일부 권력자나 위정자를 위한 것으로 헌법이 추구하는 공정과 합리, 보편적 권리에도 정면 대치된다"며 "특히, 언론이 갖는 사명과 책무를 외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릴 권리'마저 박탈하고 규제한 것은 2016년 촛불혁명의 숭고한 뜻을 짓밟는 야만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로 비춰졌다"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배경을 밝혔습니다.


문제의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이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인지에 대한 판단은 기본권 충돌의 문제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즉 헌법상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을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 초상권과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형국인 것이죠.


기본권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 중에는 이익형량의 방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충돌하는 기본권 사이에도 서열이 있는 만큼 보다 높은 가치의 기본권이 낮은 가치의 기본권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인권 역시 생명권처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의 알권리나 언론의 자유보다 우선 보호돼야 하는 권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다른 기본권 충돌 해결방법은 헌재도 수용한 규범조화적 해석원칙입니다. 두 기본권이 충돌할 때 이익형량에 의해 어느 하나의 기본권만을 우선시키지 않고,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며 서로 충돌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의 방법을 찾아 충돌을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재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의 본안판단에 들어간다면 법무부가 원칙적으로 포토라인을 없애고, 수사 관련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국민의 알권리 등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절차인 헌법소원은 자기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았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권리보호이익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경우 '문제가 된 공권력 행사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헌재의 인용 결정으로 침해됐던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제될 수 있어야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는 것이죠. 이 같은 청구인의 개인적인 권리보호이익을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라고 합니다.


다만 헌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는 경우라고 해도 비슷한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객관적 권리보호이익을 인정, 헌법소원심판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시민단체 역시 이 같은 침해행위 반복의 위험성과 객관적인 헌법질서 보장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헌재가 주관적인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각하해버릴 수도, 객관적 권리보호 이익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본안심판을 거쳐 규정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개선 필요" 목소리… 선별적 공개·폐쇄된 공개심의위 운영·깜깜이 진상조사 등 문제로 지적

검찰 내부에서도 현재의 규정은 너무 피의자 보호에만 치우쳐 있어 헌재의 위헌 결정 여부를 떠나 자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이 규정에 따라 검찰청 공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담당했던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이 가장 문제로 꼽은 것은 어떤 사건의 어떤 내용까지를 공개할지가 사실상 법무부나 검찰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이었습니다. 또 지난해 추가된 인권보호관의 진상조사 조항 역시 인권보호관을 둔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A 검사는 "규정의 가장 큰 문제는 구체적인 사건의 공개 여부를 결국 검찰이 임의대로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실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가족들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상황이 보도됐지만 법무부나 검찰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던 반면, 이성윤 검사장 사건은 기소가 된 이후였는데도 공소장 유출자를 색출한다고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나서 난리를 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규정과 실무가 불일치하는 게 현실"이라며 "사건에 따라, 누구 관련 수사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5월 수원지검이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이 사전에 유출됐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수원지검 수사팀을 강하게 의심하며 유출자 색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포렌식 결과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의 PC에서는 전혀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핵심 참모였던 A검사장과 이 고검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B검사의 PC에서 이 고검장의 공소장 편집본 파일이 발견됐지만, 대검 감찰부가 정식 감찰로 전환하지 않았고, 한 감찰부장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후 대검 감찰부는 공소장 접수 전 파일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검찰 내부망에서 공소장 파일을 내려받았을 때의 특징이 명확한 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 옹색한 설명이라는 게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들의 입장입니다.


실제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도 '검사 술접대 사건'에서는 문제가 된 검사들의 사건 당일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가 시간대별로 구체적으로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고,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 관련 수사 내용이 상세하게 보도됐지만 법무부나 검찰은 정보의 출처 확인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내편에 불리한 보도가 검찰발로 나가면 감찰과 수사까지 동원해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반면, 내편에 유리한 보도에는 눈 감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불공평한 규정 운영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수사 관련 기사가 보도됐을 때,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안 하고는 장관이나 검찰총장 마음이고, 또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정말 유출자를 찾아내서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조사를 하거나 내사를 진행할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하는 시늉만 할지 역시 상부의 지시 혹은 인권보호관이 어느 편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형사사건의 예외적 공개 대상과 공개 범위를 심의·의결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의위 개최를 요청할지 여부 자체가 각 검찰청 공보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있는 데다가 규정상 심의위의 의결에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심의위가 공개를 의결해도 얼마든지 비공개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 제23조 2항은 전문공보관, 검사 또는 5급 이상 검찰수사관 중 1명 이상을 심의위 간사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B 검사는 "심의위에 공개 여부를 안건으로 회부할지 자체를 검찰이 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심의위의 결정도 대체로 소속 검찰청의 뜻대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며 "위원 중 과반수 이상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사람이 많아도 결국에는 목소리가 큰 한두 사람이 회의를 이끌어 결론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사건관계인의 출석 일시나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제28조도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규정은 조 전 장관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바로 그 조항입니다.


C 검사는 "현행 규정은 다른 법률에서 특정 강력사범 등 일정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허용한 신상공개제도와도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에서 공적 인물의 소환조사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심의위의 의결 없이 출석이 공개된 피의자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검찰에 청구할 경우 법원에서 인정될 여지도 있는 문제 조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규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에서 공보 업무를 전담하게 된 인권감독관(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한 비판도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D 검사는 "인권감독관 제도 역시 면밀한 검토를 거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며 "과거 차장검사들이 했던 공보를 인권감독관에게 맡겼는데, 수사 결재를 안 하는 사람에게 공보를 맡긴 건 결국 수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 준비한 자료대로 읽도록 한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인권보호 업무에 전념하라고 인권감독관을 만들어놓고 진상조사나 내사 업무를 맡긴 것 역시 앞뒤가 안 맞는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E 검사는 "인권보호 업무를 강화한다며 인권보호관 제도를 만들었지만 상당수 검찰청의 경우 정권의 눈 밖에 난 검사를 좌천시키는 자리로 활용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이 시행되면서 종래 1·2·3·4차장검사가 나눠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업무는 1명의 공보담당관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거나 공소유지 중인 주요 사건의 수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제대로 된 공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본지 2021년 12월 8일자 '[시시비비] 너무 편해진 수사 공보' 기사 참고. 아래 관련기사)


규정이 시행되면서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된 티타임 형식의 검찰 브리핑도 없어졌고, '대장동 사건'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을 기소한 뒤에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도 사라졌습니다. A4 용지 몇 장 분량의 보도자료 배포로 모든 걸 대신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구실 삼아 권력형 비리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철저하게 감추고, 어떤 수사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을 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면책시킨 현 규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규정을 운영하는 주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사 헌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실제 규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예외 조항을 둔 규정의 문언 해석에만 얽매여 '기각' 결정을 내리더라도, 법무부 자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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