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유럽 순방 직전 예산 절반으로 줄인 사회안전망 절충안 제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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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기존 3조5000억달러(약 4096조원) 규모 사회안전망 예산을 절반 수준인 1조7500억달러로 줄인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며 의회에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을 명분 삼아 30일부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다른 나라들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탈리아로 떠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출발 이전 예산안 처리를 촉구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몇달간의 힘든 협상을 거쳐 역사적인 경제틀을 마련했다"며 "이는 수 백만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후 변화에 있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나라들과 경쟁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새 예산안은 유급 가족 휴가와 커뮤니티 컬리지 무상 교육 등 일부 항목을 전면 백지화하고 의료 예산을 상당 부분 축소했다. 다만 기후 변화를 위한 5550억달러 재원은 그대로 살렸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상된 아동 수당은 한 해 연장했다.


노인 의료 확대와 관련해선 보청기 보조를 위해 10년간 350억달러의 재원이 포함됐지만, 치과와 안과는 빠졌다.


민주당은 그간 일부 중도성향 의원들의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과제인 인프라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이 타협"이라며 "나는 오랫동안 민주주의에서는 합의만이 중요한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해 왔다"며 이번 제안의 당위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20세기 우리의 사람들에게 투자했기 때문에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그만뒀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우리는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교육 성취에 있어서 세계를 주도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어린이 교육 투자에 있어 미국은 주요 37개국 중 35위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의 하락을 이어간다면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좌와 우, 중도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경쟁력과 안주의 문제고, 세계 주도권의 문제"라고도 했다.


반발이 가시지 않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선 "누군가 성공했다고 벌주고 싶지 않다"며 "내가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너의 몫을 내라는 것"이라며 과세 형평성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이윤이 높은 55개 기업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간단한 문제다. 이윤을 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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