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내달 8일부터 유럽 가스공급 확대"...국영 가스업체에 지시

천연가스 자원무기화 우려에 유화적 조치
몰도바에 가스공급 확대 제안, 정치적 비판받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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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8일부터 유럽에 가스 공급을 늘리라고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량을 조절하며 자원을 무기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유화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화상회의를 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최고경영자(CEO)에게 "국내 지하 저장고에 가스 주입을 완료한 뒤, 유럽 저장고에 대한 공급을 늘려라"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시에 따라 가즈프롬은 다음달 8일까지 러시아 지하저장고에 726억㎥ 분량 가스를 저장한 뒤, 유럽 저장고 공급량을 늘릴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회의에서 "계약 사항을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원활하게 이행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유럽 에너지 전반에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레르 CEO도 이에 화답화듯 "러시아 지하 저장고에 가스 주입을 완료한 뒤 유럽에 가스 주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올겨울 (가스) 공급 신뢰성과 안정성이 분명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가즈프롬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해외 지하저장고의 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고 내수용 가스를 비축하면서 유럽 각국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천연가스를 통한 전력 발전 비중이 높은 스페인과 독일 등에서는 전력난도 심각해진데다 겨울철 난방 수요 폭등을 앞두고 유럽 내 가스 재고량이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가스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더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인접국인 몰도바에 최근 EU와 관계 약화를 대가로 가스 공급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매체인 도이치벨레(DW)는 몰도바의 한 에너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가스 사태는 푸틴 행정부의 협박 작전"이라며 "지난 몇 년간 가스 공급에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친 러시아 세력이 국내에서 세력을 잃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지난 13일 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에너지를 정치적 무기로 이용한다는 지적은 완전한 헛소리"라며, "유럽이 요청하면 언제든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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