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아파트 건설사들 '높이' 문제 외면

개선안에 근본 해결책 담지 않아…외벽색·마감재질 등만 언급
박정 의원 "근본 외면…문화재위원회 열어 대책 마련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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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인 김포 장릉 주변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개선안에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공개한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건설 중인 대방건설·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은 장릉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개선안에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등만 언급했다. 마감 색상을 장릉을 강조하는 색으로 칠하고, 야외에 육각 정자를 두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높이다.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현상변경 기준은 높이 20m. 세 건설사는 모두 개별 심의 신청을 하지 않은 채 70∼80m 높이로 아파트를 지었다. 문화재청은 34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마흔네 동 가운데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열아홉 동이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고 본다. 반면 건설사들은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열두 동은 공사가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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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건설사의 개선안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개선안의 실효성이 떨어져 난감해한다. 박 의원은 "건설사들이 이번 사태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이는 유지한 채 색깔과 디자인만 바꾸겠다는 것은 근본을 외면하는 격"이라며 "문화재청이 서둘러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포 장릉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마흔 기 가운데 하나다.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혀있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적으로 뒤에 주산(主山), 앞에 용의 봉우리에 해당하는 조산(祖山)이 있다. 김포 장릉에서 조산은 계양산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보이지 않게 됐다. 이번 아파트 높이에 발목 잡혀 세계유산에서 탈락하면 다른 조선왕릉도 일괄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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