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성윤 기소한 권투선수 출신 '파이터 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
아마연맹 정식선수로 활동
검사 임용때도 "공정" 포부
다음은 이광철 민정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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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권투가 공정한 룰에 따라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것처럼 사회악을 파헤치며 공정하게 행동하는 검사가 되겠다."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사진)는 2003년 2월 처음 검사로 임용될 때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권투 선수 출신이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입문해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는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에 등록돼 정식 선수로도 활동했다. 지금도 그는 취미로 권투를 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이 부장검사는 요즘 법조계에서 가장 뜨겁다. 거침없는 수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연이어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 부장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맡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일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정보 유출의혹을 수사하던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압력을 넣은 정황을 확인하고 기소까지 이끌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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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검찰 내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조치 보고라인에 관여해 수사해야 할 인물들이 많고 직권남용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용하기도 어려워 보여서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도 꼼꼼한 수사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 부장검사는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기소를 권고받고 조 대행의 결재도 받아내며 성과를 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 부장검사의 손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있던 지난해 1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을 기소했다. 이때 이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은 물론이고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친 정부 인사들을 연일 불러서 조사하며 주목 받기도 했다.


끝이 아니다. 이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기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검찰 인사가 단행되면 수원지검 수사팀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어 추가 수사와 기소를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법조계에서 지배적이다.


한편, 이 지검장의 재판부는 이날 오후에 결정된다. 재판부는 무작위 전산배당으로 결정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등을 고려해 합의부에 맡기기로 원칙을 정했다. 현재 같은 의혹으로 먼저 기소된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재판을 하는 형사27부가 이 지검장까지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는 사건 병합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검사, 차 본부장, 이 지검장이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병합 신청을 낼 계획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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