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朴대통령 '방패 교체', 40일 만에 옷 벗은 靑 민정수석

역대 가장 짧은 임기의 靑 민정수석 2016년 최재경…대통령 직무 정지 직전, 마지막 인사로 교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1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1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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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등을 담당한다.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야당도 업무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민정수석의 불출석을 용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민정수석은 막강한 권한을 지녔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대중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신현수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이 증폭되면서 ‘민정수석’이라는 키워드가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31일 임명된 신 수석이 두 달도 되지 않아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면서 이번 논란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의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을 때는 신 수석이 역대 가장 짧은 임기를 보낸 민정수석의 타이틀을 얻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스펙타클한 역사를 되짚어보면 당장 교체된다고 해도 ‘가장 짧은 임기를 보낸 민정수석’ 타이틀을 가져올 수는 없다.


2016년 12월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2016년 12월은 한국 정치에서 여러 의미로 특별한 시기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조기 대통령선거로 이어졌던 ‘초유의 정치일정’도 그때 시작됐다.

12월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 234명, 반대 56명으로 가결시키기 전에 청와대에서는 ‘마지막 인사’가 이뤄졌다. 대통령 직무 정지 전에 교체된 인사는 민정수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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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등 예정된 일정을 고려할 때 민정수석의 중요성은 클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법률 조력자로서 변호인단과 긴밀히 협력하는 ‘방패’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마지막 인사로 조대환 변호사를 민정수석으로 기용했다. 그 인사 덕분에 짧았던 청와대와의 인연을 마무리한 인물은 최재경 민정수석이다. 그는 2016년 10월30일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지 40일 만에 옷을 벗었다.


역대 청와대 민정수석 중 가장 짧은 임기를 보낸 인물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참여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이호철 전 수석도 임기가 2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지만 최재경 민정수석보다는 길었다.


최재경 민정수석의 하차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국회가 탄핵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던 상황에서 그는 사표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 2016년 10월30일 민정수석에 내정됐는데 11월22일 사표를 냈다. 민정수석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최재경 민정수석은 사표를 낸지 17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최재경 민정수석은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검사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 퇴진으로 이어진 이른바 ‘검란(檢亂)’을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최재경 민정수석의 박 대통령 변호인단 참여 여부도 관심을 모았는데 변호인단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최재경이라는 이름은 검찰 역사는 물론이고 청와대 민정수석 역사에서도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짧은 임기를 보내고 청와대를 떠나는 민정수석이 다시 나올 수는 있겠지만 최재경 민정수석의 40일 재임이라는 기록을 깨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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