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이자 80兆 재연장…금융당국에 연착륙 방안 건의

'무조건적 이자유예' 부정적…이번이 마지막
"부실기업 가려야…이자 원금에 합산 등 필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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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은행권이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를 미뤄준 대출 규모가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총 73조2131억원(29만7294건)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은행연합회에 보고한 수치는 5조원대지만, 이는 전산 시스템상 대출 담당 직원의 면책 대상으로 등록된 건만 집계된 것이다. 여타 은행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15조원대에 달한다는 것이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6조4534억원(9963건)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455억원(4086건)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 규모는 79조7120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자 유예액은 455억원 뿐이지만, 이 이자 뒤에는 1조9635억원의 대출 원금이 있다. 즉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약 82조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 대출을 껴안고 있는 셈이다.

3월 말 대출 연장·이자 유예 시한이 다가오자 은 위원장은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 19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장들을 잇달아 만났다. 오는 22일에는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협회장들과 회동한다.


각 회의 후 금융위는 "참석자들이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6개월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금융권에 재연장 관련 협조를 구했고 금융권도 동의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대출 원금 만기 재연장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수긍하면서도 '무조건적 이자유예'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면 은행 입장에서도 향후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사실상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자 유예 기업의 밀린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같이 갚게 하는 방법, 원리금이나 밀린 이자만 따로 5∼10년 이상에 걸쳐 장기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법 등을 재연장의 보완 대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은행들이 구조조정 기업들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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