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학의 ‘불법(不法) 출금’과 김두관의 ‘윤석열 탄핵론’

최석진 법조팀장

최석진 법조팀장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자행된 여러 불법 정황들이 드러났다.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뒤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은 너도나도 무단으로 김 전 차관의 출국 기록을 뒤졌고,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이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 여부 결정을 위한 기록 검토 업무를 도우러 파견된 검사는 서류를 조작했다.

재수사 권고가 이뤄지지 않아 당시 김 전 차관은 입건도 안 된 상태였지만, 검사는 수년 전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사건번호를 기재해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나중엔 가짜 내사번호를 만들어 사후승인을 요청했다.

법무부, ‘절차 흠결’ 시인하고 엄정한 수사 의지 밝혔어야

이 같은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를 통해 들통 나자 법무부는 해당 검사도 수사기관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검사는 조사단 내 외부위원들의 기록 검토를 돕는 보조요원일 뿐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일선 검사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나아가 설령 수사기관으로 보더라도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개시되지 않아 담당 주임 검사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장의 관인도 없이 해당 검사가 임의로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에 대해 이론이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법무부는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내사나 수사가 개시된 사람도 아니고 수사 개시 가능성이 있는 사람까지도 급하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일단 잡아놓아도 불법이 용서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 출금’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김학의는 나쁜 놈’이라는 국민감정에 호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법무부가 내놓을 해명은 아니었다.


아무리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라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체포해야 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식의 논리는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게 확실한 대학생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고 윗선에 대한 수사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자행된 폭력과 고문도 국가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업무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사람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형사소송법은 그 같은 수사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절차들을 규정해놓은 것이다.


범죄 혐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엄정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수사의 목적 이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기초해 만들어진 형사법상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또 법을 어긴 검사를 두둔하며 ‘목적 달성을 위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


공익신고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명백한 불법이 ‘사실과 다르다’고 팩트를 부인할 수 없었다면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과정에 일부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정도로라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불법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변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절차가 불법해도 된다’는 생각 버려야

이번 정부 들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절차 따윈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발상이 표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고,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그런 불법을 감시하고 찾아내는 게 사명인 감사원장과 감사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총장을 오히려 맹비난한 게 이 정부의 사람들이다.


감사를 피해 평가 조작의 증거자료들을 인멸한 명백한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걸 두고 “검찰이 대통령의 정책과 관련된 사안을 수사한다”며 정치적 수사로 몰아갔다.


결국은 완패로 끝났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청구는 불법의 종합선물세트나 마찬가지였다.


규정을 바꿔 감찰위원회를 무력화하려 했고 기존 관행을 구실로 어떻게든 감찰기록을 윤 총장 측에 제공하지 않으려고 하다 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한 차례 법원의 경고를 받고야 기록을 제공했다.


징계위원회 위원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채우고 윤 총장 측 기피 신청도 무시하고 의결을 강행했지만, 결국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 2개월’을 의결하는데 그쳤다.


월성 원전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계획이 대검에 보고된 날 일과 시간이 끝난 오후 6시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엄청난 징계사유 8개를 공표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법원의 사법통제를 뚫어보자는 의도였겠지만, 법원은 다시 한 번 징계위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윤 총장을 직무에 복귀시켰다.


판사에 대한 불법사찰이나 가족이나 측근 관련 수사개입 등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청구의 근거로 삼은 사유들이 사실이라면 윤 총장은 정직 처분이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추 장관은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며 징계를 청구하면서 여러 징계 사유들을 열거했지만 감찰이나 수사를 통해 수집된 혐의 입증을 위한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추 장관 대신 징계위원장 역할을 맡았던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재판부가 법조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법원의 제지로 징계가 불발된 것에 대한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법조윤리 기준은 의심받는 행위도 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 등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취지지만, 의원의 질의에 대해 ‘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발언만으로는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물며 그 발언이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될 정도의 심각한 중립의무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두관 의원 “(탄핵 기각되더라도) 일단 탄핵소추 의결해 직무정지 시키자”… 정말 위험한 발상

더 심각한 문제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 여권의 반응이었다.


어떻게든 윤 총장의 손발을 묶으려했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엔 사법부로 화살이 돌아갔다. 친정부 성향의 방송인 입에서는 “일개 판사가…”라는 말이 나왔다. 여권 정치인들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판사의 탄핵을 청원하게 만들었다.


법치주의에 대한 몰상식의 ‘끝판왕’의 행태를 보여준 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윤 총장에 대한 탄핵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쉽게 인정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을 박탈할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이 인정될 경우로 제한된다는 것은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통해 이미 헌재가 확실하게 판단기준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윤 총장 탄핵에 대한 발언은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던 건, 김 의원 역시 그 같은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윤 총장의 탄핵소추 의결을 동료의원들에게 촉구했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법원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이 황당한 결정을 했다”고 언급한 이후 연일 탄핵론을 주장했다.


의원들에게 서한을 돌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윤석열 탄핵,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겠지만, 탄핵과 동시에 윤 총장과 그 가족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거나 공수처에서 윤 총장 개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 헌재를 설득할 수 있다”며 “일부 당 내부에 퍼지고 있는 패배주의에 빠진 역풍론은 제발 거둬들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탄핵 소추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국회 의결 즉시 윤 총장의 직무는 중지된다”며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는다면, 보궐선거 개입, 정부정책 수사, 청와대 표적수사, 제도개혁 방해라는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등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를 규정한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외 공무원의 탄핵소추 발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으로,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또 헌법 제65조 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0조(권한 행사의 정지) 역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김 의원의 주장을 요약하면 ▲국회 180석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단독으로도 윤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일단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만 하면 윤 총장은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동으로 검찰총장의 권한행사가 정지돼 총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탄핵과 함께 윤 총장과 그 가족들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든가 공수처에서 윤 총장을 수사하게 하자 ▲그러면 현재 검찰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정책수사(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나 청와대 표적수사(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등)를 막을 수 있고, 보궐선거를 치르거나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도 방해될 게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김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며 동참을 촉구한 이 모든 큰 그림의 배후에는 “헌재가 윤 총장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더라도”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어차피 헌재는 탄핵 청구를 기각하겠지만”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며 헌재가 밝힌 ‘중대한 법위반’ 요건을 김 의원이 모를 리 없고, 이번 윤 총장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들은 고작 ‘정직 2개월’이 의결된 사유인데다 그마저 법원에서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징계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징계 사유들에 대한 판단도 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추 장관의 신임 속에 윤 총장 징계위원회를 이끌었던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조차도 윤 총장에 대한 탄핵 주장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론은 탄핵 거리가 안 되는 건 명확하지만, 그래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잘만 이용하면 임기가 7개월 남은 윤 총장을 사실상 바로 몰아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공무원의 권한행사를 즉시 정지시킨 것은 헌재에서 탄핵이 결정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 사실이 드러난 공무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이지, 김 의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탄핵심판청구가 기각될 게 명확한 사람을 오랜 기간 직무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라는 게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심하게 비유하자면 경찰이나 검찰이 범인이라는 확신도 없이 혹은 진범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수사에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일단 구속시키고 보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처럼 법의 취지를 몰각한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목적부터 달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건 지지자들의 호응을 노린 포퓰리즘의 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그는 “정당의 당파적 지지를 배반하는 것이야말로 훗날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힘을 이용해, 공무원을 파면시키는 효과를 갖는 엄중한 탄핵절차를 규정한 법을 악용해, 어떻게든 ‘윤석열 몰아내기’의 목적을 달성하자는 김 의원의 주장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토대로 한 국가의 근간을 흔들 만큼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정말 김 의원이 아직도 이런 식의 탄핵 추진이 옳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공직을 맡아선 안 될,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검찰 인사 통해 ‘법치(法治)’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취임하면 곧 검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능력이 있지만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돼 한직으로 좌천된 검사들이나 추미애 라인, 이성윤 사단으로 꼽히며 실력에 비해 과분한 요직을 차지한 검사들에 대한 적절한 재배치가 요구된다.


추미애 장관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무리한 수사·감찰에 반발했다거나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청구 과정에서 윤 총장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검사가 나와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나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등 추 장관 재임 기간 빚어진 여러 무리한 수사나 감찰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검사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다. 상관의 부하이기에 앞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공무원은 상관의 위법한 명령과 지시를 거부하고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