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원료 만드는 만능촉매 개발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오른쪽 끝)과 연구팀의 모습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오른쪽 끝)과 연구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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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로 부터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감마·베타 락탐'을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장석복 기초과학연구원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의 연구팀은 탄소 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이를 원하는 구조의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촉매를 활용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 물질로부터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감마·베타 락탐을 제조하는 것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자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리듐 촉매를 탄소양이온의 형성과 변환 등 모든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다측면성 촉매로 개선했다. 친전자성(전자를 찾아다니는 분자)이 도입됐을 때 탄소양이온이 쉽게 형성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나이트렌이라는 강한 친전자체를 탄소-탄소 이중결합에 삽입시켜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들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장석복 단장은 "유기화학 반응의 핵심 중간체인 탄소양이온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반응경로를 조절했다는 학문적 진보와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산업적 의의가 있다"며 "감마-락탐, 베타-락탐은 물론 카이랄 화합물까지 합성 가능한 만능 촉매를 이용하면 자연에 풍부한 물질로부터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마-락탐은 뇌전증 치료제, 혈관형성 억제제 등 복잡한 유기 분자의 핵심 구성성분이다. 베타-락탐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계열 약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 물질이다. 의약품 원료 등 유용한 화합물 합성을 위해서는 탄소 양이온 생성 반응을 활성화하는 촉매가 필요하다. 탄소 양이온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유기화학 반응의 핵심 중간체다. 여러 분자와 쉽게 반응하지만, 수명이 10억분의 1초보다 짧아 반응성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1994년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돼 이를 발견한 연구자가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이날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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