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시장, 구조조정 시대…"국적항공사 바뀔 수도"

말레이 국부펀드, 말레이항공 자금지원 중단 검토
LCC, 대규모 정리해고 착수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말레이시아 항공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국적항공사인 말레이시아항공은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직면했고 저비용항공사(LCC)업계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27일 말레이시아 항공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내셔널이 말레이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자나내셔널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1993년에 조성한 국부펀드로 말레이항공그룹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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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나내셔널이 자금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말레이항공의 재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는 경영난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손실액이 23억5000만링깃(약 6378억원)에 달했다. 카자나내셔널은 지난해 3월 5억링깃을, 8월엔 3억링깃을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카자나내셔널은 말레이항공의 자회사인 파이어플라이항공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말레이항공 채무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국내 운항과 단거리 노선에 적합한 파이어플라이가 차세대 국적항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LCC도 재정적 위기에 처했다. 장거리 전용 LCC인 에어아시아X는 채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5억링깃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634억9000만링깃에 달하는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말레이 정부는 에어아시아그룹에 10억링깃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에어아시아그룹은 직원 2만4000명 가운데 10%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보유 항공기도 245대에서 내년 말까지 180대로 줄일 방침이다. 말린도항공도 22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올해 초에 이미 2000명을 해고했지만 추가 감원을 발표하면서 직원 수는 1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항공 수요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말레이시아공항을 이용한 여행객 수는 450만명으로 전년보다 83.4% 감소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항공산업의 자금 고갈은 770억달러(약 86조8945억원)이며 2022년에야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sunga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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