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쓰고, 유권자 손 잡아"…선거發 확산위기 맞은 말레이시아

일일 신규 확진자 이달 초부터 200명대로 늘어
정치인들 지방선거 운동 여파
총선 승리에도, 총리 책임론 커져

[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경제 활동을 재개한 말레이시아에서 선거를 계기로 감염 재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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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00명 안팎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달 초부터 2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 6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691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이래 하루 최다를 기록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3872명이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 3월 봉쇄 전보다 많아졌다.

확진자가 또다시 급증한 계기는 지난달 중순 사바 지역에서 있었던 선거유세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당원들은 선거유세 지원사격에 나섰고,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손을 잡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표준운영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유세를 마친 정치인들은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달 초부터 '#정치인이바이러스를만든다' '#장관집단감염(MinisterCluster)' '#무히딘아웃' 등 정치인을 비난하는 해시태그가 급증했다.


특히 선거에만 몰입한 무히딘 야신 총리에 대한 비판은 더욱 높다. 무히딘 총리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 헌법에 따라 제8대 총리로 지명됐다. 그는 최근 차기 총리감으로 점쳐진 안와르 이브라힘 인민정의당(PKR) 의원이 새로운 연립 정권 구성을 발표하고 과반수의 의원이 그를 지지하자 정치적 도전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선거에서 무히딘 총리가 이끄는 정당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보다는 자신의 권력이 우선이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민주연합은 "정치 싸움을 멈추고 국민의 복지와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말레이시아멈춰라'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무히딘 총리는 뒤늦게 대응 조치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 사바주 122개 학교에 대해 휴교령을 실시하고, 7일부터 사바주 레드존(감염자가 41명 이상 발생한 지역)에 조건부 봉쇄령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사바주로의 여행을 제한했다. 하지만 투표를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다가 서말레이시아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방역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바주 선거에 등록된 유권자 수는 약 75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서둘러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다시 봉쇄령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빈 쳉 말레이시아 전략적국제학문협회 연구원은 "전면 봉쇄는 엄청난 경제ㆍ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봉쇄령은 마지막 선택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알라룸푸르 홍성아 객원기자 sunga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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