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학생판 ‘극한직업’ … 대학생 3명이 붙잡은 범인은?

영화처럼 가짜 돈보따리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원 붙잡아
저금리 대환대출 빙자 ‘대출신청 앱’ 정체 알아내 직접 해결
부산남부경찰, 용감한 대학생 3명에 표창·신고보상금 전달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쌍둥이 형제와 친구, 이들 대학생에겐 합해서 800만원 정도의 대출금 빚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아르바이트도 마뜩잖고, 대출이자와 원금을 쪼개 갚아나가기엔 팍팍한 삶이었다.

이들 3명이 돈 800만원을 넣어 쇼핑백을 꾸리고 집을 나선 것은 지난 8월 13일 오후의 일이다.


실은 누군가를 속이려고 800만원이라는 큰돈을 넣은 것처럼 가짜 돈 보따리를 꾸린 것이지 속에는 10원짜리도 없었다.


이들이 엉뚱한 ‘모략’을 꾸민 것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저금리로 갈아타는 대출을 해줄테니 자기가 보내는 ‘직원’에게 기존 대출금 800만원을 직접 전달해 상환하라는 것이다.


기존 대출을 밀어버리고 새로 싼 이자의 대출을 해준다니 솔깃한 제안이다.


제안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아버릴 대학생들이 아니다. 임자를 잘못 만난 것이다.


이들은 “네, 네” 하면서 속은 시늉을 하고 쇼핑백에 마치 현금을 인출해 나온 것처럼 현장에 나갔다.


돈을 받으러 부산 남구 대연동의 약속 현장에 나온 ‘직원’을 3명이 붙들고 바로 112를 눌렀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신병을 경찰에 인계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다.


대학생들은 처음에 대출신청용 앱을 설치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요구에 응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통화하는 과정에서 자꾸 의심이 들었다. 다른 전화기로 기존 대출업체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의감이 발동했다. 그리고는 바로 현장으로 범인을 유인해 그 ‘직원’이라는 일당을 검거한 것이다.


부산남부경찰서는 대학생 3명이 기지를 내 보이스피싱 ‘대면편취책’을 현장에서 직접 검거한 사건에 대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아 범인을 구속했다. 그리고는 조직원 일망타진을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을 직접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대학생들.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들에게 표창장과 신고포상금을 전했다. [이미지출처=부산경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을 직접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대학생들.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들에게 표창장과 신고포상금을 전했다. [이미지출처=부산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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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남부서는 대학생 3명에게 경찰서장 표창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그들의 용감한 행동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도 냈다.


신병을 인수받은 부산남부서는 일당을 받기로 하고 보이스피싱 대면편취책 역할을 한 A씨를 8월 16일 구속했다.


A씨가 지금까지 9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아 ‘윗선’으로 전달한 돈은 모두 1억8000만원이다.


경찰은 “이번 건은 다행히 학생들이 보이스피싱임을 눈치채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전달하는 악성 앱을 설치하는 순간 대부분은 돈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출신청용 앱(전화가로채기 앱)을 설치한 경우에는 반드시 앱이 설치되지 않은 다른 전화기를 이용해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은행 점포를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화상으로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현금을 전달하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100% 보이스피싱이다.”


경찰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피싱범죄 예방 기본 원칙이 돈이 급한 이에겐 잘 들리지 않는 낡은 표어일 뿐이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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