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논란의 디즈니 영화 '뮬란' 직접 관람해 보니

'충성ㆍ용기ㆍ진실ㆍ효' 강조한 중국 영화…주문제작 냄새 물씬
'홍콩식 무협액션 + 헐리우드식 슈퍼히어로 오락' 가미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11일 디즈니 영화 '뮬란(화목란)'이 중국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1998년 애니메이션의 실사(라이브액션) 버전이다.


뮬란은 98년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아버지 대신 전쟁터에 나간 뮬란, 여성임을 감추고 전쟁 영웅이 된다는 게 영화 뮬란의 줄거리다.

영웅서사시와 다름없는 스토리지만 여자 주인공, 그것도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 여성을 미국 디즈니 영화의 메인에 등장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서양적 시각의 영화인 인어공주(89년), 미녀와 야수(91년), 알라딘(92년), 라이언 킹(94년), 포카혼타스(95년) 등 당시 서양적 시각의 영화에 식상해 하던 관객에게 영화 뮬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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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버전 영화는 기본 스토리에 '충성ㆍ용기ㆍ진실ㆍ효'를 강조하고 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홍콩식 무협 액션을 넣었고, 주인공을 슈퍼히어로로 만드는 할리우드식 오락을 더했다.


이 영화가 98년 애니메이션 만큼 흥행에 성공할 지 미지수다. 적어도 중국에선 흥행할 수는 있지만 글로벌 흥행은 어려워 보인다.


우선 영화 뮬란을 통해 중화민족의 위상과 역사, 문화적 위대함을 알리려 했던 제작 의도가 보인다.

미ㆍ중 갈등이라는 어려움을 '14억 인민이 똘똘 뭉쳐 이겨내자'라는 제작 의도가 쉽게 읽힌다. 중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스토리 전개다. 누가 봐도 중국이 디즈니에 주문제작한 중국 영화다. 글로벌 흥행이 어려운 이유다.


이 영화 주인공인 류이페이(유역비ㆍ뮬란역)가 지난해 8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도 글로벌 흥행 참패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당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라는 글을 올린바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고 중국 정부를 옹호한 글이다.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류이페이는 공공연히 홍콩 경찰의 만행을 지지한다"며 "인권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뮬란 보이콧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영화 뮬란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신장 위구르 문제까지 불거졌다. 디즈니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 중국 공안국에 신장 위구르에서 촬영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자막을 넣었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공산당에 머리를 숙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는 홍콩 민주화운동만큼이나 뜨거운 감자다.


뮬란의 제작 의도(?)와 다르게 중국의 핵심이익 문제가 부각되자, 중국 정부가 당황한 눈치다. 중국 정부는 상영 직전 뮬란 보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어쩌면 중국 내 흥행도 힘들 수 있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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