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中, 미국제품 불매운동은 안 하나요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지난달 12일 중국 베이징 산리툰에 세이크쉑(일명 쉑쉑버거) 1호점이 오픈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와 미ㆍ중간 패권경쟁이 한참인 지금 미국 뉴욕의 상징이라고 하는 쉑쉑버거를 먹기 위해 3~4시간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중국에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2019년 8월 상하이 코스트코 오픈하는 날 수천 명의 상하이 소비자가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밤새도록 줄을 서는 광경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스타벅스 매장도 중국의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지난달 10~11일 양일간 진행한 미ㆍ중관계 설문조사(6개 문항)에 14만 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이 투표를 했고, 그 결과 97%가 넘는 중국인들이 미국의 중국제재에 대해 상응하는 반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신은 미국을 좋아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미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원래 미국을 좋아했는데, 갈수록 미국이 싫어지고 있다.' 등 부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이 90% 이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왜 미국제품 불매운동은 벌어지지 않고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가.

첫째, 중국인들의 정서와 문화적 성향이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서구문화 특히 미국에 대한 많은 선망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선진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여기고 자국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 사대주의(事大主義)'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방의 우수한 콘텐츠 역량과 선진화된 사고방식에 대한 부러움과 기대감이 혼합돼 있으며 이와 동시에 강한 중화사상의 자부심도 함께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지난 7월30일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결과가 발표된 뒤 중국 내 미국에 대한 여론도 냉각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73%가 중국에 비호감을 나타냈다. 최근 15년 사이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비록 양국간 긴장국면이 존재하고 있지만 중국 Z세대를 기반으로 하는 젊은 계층은 미국 및 유럽제품 구매 및 서비스 향유를 통해 보이지 않는 신분상승효과 및 그들만의 '샤오쯔(小資ㆍ소자산계급)'의 대화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샤오쯔는 서양의 사상과 생활ㆍ소비패턴을 지향하고 물질적 향유를 추구하는 젊은 계층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기성세대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둘째,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내 영향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지금 중국인들의 미국제품 구매 열풍을 꼬집는 문장과 중화사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이 본격화 된다면 순식간에 구매 열풍은 식어버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중국내 미국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미국기업들의 탈중국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서비스 시장개방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중국 정부 입장은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유치를 더욱 확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높아진 서비스 실업률을 낮춰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더 큰 경제적 악재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중국 내 미국기업들의 탈중국 이슈는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중국 내수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 샤오쯔가 이끄는 시장을 포기하고 떠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타코벨'도 베이징에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중국 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글과 소식을 쏟아내고 있는 틈을 타 미ㆍ중마찰의 당사자인 미국 기업들은 조용히 실익을 챙기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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