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사고영상 해프닝에 쏟아진 투자…정부도 밀어주는 자율車 기업

ADAS·자율주행 기술 보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팬텀AI, 한국지사 출범
4단계 자율주행 실증 앞둔 우훈제 팬텀AI 한국지사장 인터뷰

2018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외곽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에 나선 팬텀AI의 차량이 주행 중 접촉 사고가 나는 모습.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오히려 기술적 부족함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자신감으로 해석돼 엔젤 투자자의 투자가 이어졌다. 영상 = Tech Crunch

2018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외곽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에 나선 팬텀AI의 차량이 주행 중 접촉 사고가 나는 모습.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오히려 기술적 부족함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자신감으로 해석돼 엔젤 투자자의 투자가 이어졌다. 영상 = Tech 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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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쾅!" 2018년 1월 30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위해 주행을 시작한 팬텀AI의 차량엔 이찬규, 조형기 두 공동창업자와 테크 리뷰 기자 3명이 함께 탑승했다. 기자가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르고 주행이 시작되는 순간 앞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운전석의 이찬규 최고기술책임자(CTO), 뒷좌석 가운데 조형기 대표(CEO)는 연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동승하고 있던 기자들 역시 황당한 미소만 지었다. 팬텀AI는 이날 사고 영상을 대중에 공개했다. 천편일률적인 데모(demo)만 보던 엔젤 투자자들은 오히려 팬텀AI의 사고영상에 관심을 보였고, 이후 투자가 이어졌다. 이 해프닝은 곧 '지능적 실패'의 모범사례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팬텀AI가 지난 3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컴퓨터 비전(컴퓨터로 인간의 시각 능력을 재현한 것) 원천기술, 그리고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팬텀AI는 지난 4월 포드와 다수 VC로부터 2200만 달러(약 2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팬텀AI는 스스로 주행하는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으로 앞으로 세종시 규제자율특구에서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 = PhantomAI

팬텀AI는 스스로 주행하는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으로 앞으로 세종시 규제자율특구에서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 = Phanto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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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AI는 삼성, 만도 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허가를 받은 한국 기업 중 한 곳이다. 2016년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 개발에 참여한 조형기 대표와 현대자동차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HDA를 개발한 이찬규 CTO가 공동 창업했다. 현재 2~3단계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양산하고 있는 팬텀AI는 한국으로의 역리턴 이유로 4단계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실증과 정부의 지원을 꼽았다. 세종시에 한국 법인을 세운 팬텀AI는 올해 12월 규제자유특구에서 4단계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협력과 5G인프라 활용을 통한 도로 실증을 앞두고 있다.

한국 법인이 만들어지면서 합류한 자율주행 엔지니어 우훈제 팬텀AI 한국지사장을 만나 한국으로 역리턴 한 이유와 팬텀AI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상황 등에 대해 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으로 역리턴 했는데

▲팬텀AI는 2~3단계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양산해 회사의 지속 가능한 동력을 갖추고, 장기적으로는 4단계 완전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팬텀AI가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기술 솔루션을 코웍(co-work) 하는 게 쉽지 않고, 또 외로웠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에서 매치포인트 형식으로 도와주고, 자율주행을 연구개발(R&D) 과제로 수행할 기회를 제공했다. 작은 기업엔 더 없이 좋은 기회였고, 또 5G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점도 큰 이유가 됐다.


-팬텀AI 자율주행 기술의 강점은

▲자율주행은 인식, 판단, 제어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팬텀AI가 주력하는 부분은 인식 부문기술로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전방의 물체를 인식하고, 딥러닝을 통해 이 결과를 분류하는 연구를 마무리했다. 또, 컴퓨터비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풀스택(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루는)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증인데, 세종시에서 올12월 실증을 앞두고 있다.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의 국내 실증을 지휘하고 있는 우훈제 팬텀AI 한국지사장.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의 국내 실증을 지휘하고 있는 우훈제 팬텀AI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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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AI가 보유한 ADAS 기술에 대해 설명해달라

▲ADAS는 차량 전면 유리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가 도로상 충돌 위험 요소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충돌경보 및 비상 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차, 보행자, 차선 세 가지를 세분화시켜 AI가 이를 인지 및 판단하고 운전자의 편리한 주행을 돕는 2~3단계 자율주행 기술이다. 현재 북미 완성차 기업에 OEM 수주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의 자율주행 환경은 어떤 차이가 있나

▲미국은 압도적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코웍은 어렵지만, 각자가 가진 기술을 선보이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한번은 프로빙 그라운드에서 자율주행 기업들이 전체 테스트를 하는데, 기술이 탑재된 트렁크나 뒷문을 다 열어놓고 보여주더라. 갖고 있는 기술을 페이퍼가 아닌 실물로 보여주고 작은 업체나 큰 업체 모두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분위기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었던 것 같다. 한국은 정부 차원 R&D 과제로 자율주행 산업을 지원하고 실증 역시 매치포인트 형식으로 도와주고 있는 부분이 큰 강점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전무하다. 우리가 실증을 준비 중인 세종시의 경우 교통관제시설,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첨단 교통 인프라로 4단계 자율주행기술 테스트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작은 기업 입장에선 좋은 환경과 기회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국 본사는 ADAS 관련 솔루션을 완성차 기업에 OEM 하는 계획이 가장 크다. 한국 지사는 미국보다는 R&D 선행개발에 중점을 두고 올해와 내년 세종 규제특구 과제를 통해 우리 자체 솔루션을 도로에서 실증하고, 확보한 데이터로 발전된 기술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통신속도가 빠르고, 인프라에 대한 연결기술 역시 가장 발전했기 때문에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에 유리하지 않을까. 우리 기술로 독자 행보를 할 수 있는 동남아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도 장기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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