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15兆…끝모를 외국인 '셀 코리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94.34포인트(6.02%) 내린 1471.81로 거래를 시작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94.34포인트(6.02%) 내린 1471.81로 거래를 시작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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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최근 두 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내다 판 주식이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 20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은 9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았다. 이 역시 연속 순매도 기간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 개발 등 전환점이 생기기 전까지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약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4조9604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달 3조3132억원에 이어 이달 들어서는 벌써 10조948억원을 순매도했다.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진입한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들은 이달 4일 단 하루를 빼놓고 연일 대량 순매도를 이어 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13조5564억원에 달한다. 지난 9일에는 한국 증시 역사상 하루 최대 순매도 기록(1조3125억원)까지 경신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역대 최장기간 외국인 순매도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순매도액 규모는 역대 최대다. 역대 최장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은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8년 6월9일~7월23일의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은 8조9800억원이었다. 지난 5~20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외국인 누적 순매도는 9조1526억원으로 이를 넘어섰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최근 두 달간 외국인 순매도 1~3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우선주로 각각 6조7452억원, 1조3338억원, 1조105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들 세 종목의 매도 금액은 9조1840억원으로 전체 순매도액(14조9604억원)의 61.3%에 달한다.

외국인이 반도체 종목을 대거 내다 판 것은 향후 업황 부진을 전망해서라기보다는 한국 주식시장 비중 축소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대거 파는 이유는 향후 반도체의 업황 부진을 전망해서가 아니다"며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 시장 전반에서 자금을 회수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간 종목에서 돈을 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ㆍ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고 치료제 소식이 가시화 하기 전까지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볼 때 코로나19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수가 늘어나고 있고 그 속에서 경기 침체와 신용 리스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의 진정 여부 확인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며, 미국 내 부실 자산 신용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안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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