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 당한 여성 최소 88명

한국여성의전화,'여성 살해' 통계 발표
최소 1.8일에 1명 살해 당하거나 위험에 처해

50대 18.4% 가장 높아
이혼 결별 요구하거나 재결합 거부해서 29.6%

"매년 수백명 여성 죽음 내몰려
여성폭력 정책 전반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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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최소 88명.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숫자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8명.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33명에 달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은 50대가 1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20대와 40대가 동일하게 13.8%였으며 30대가 12.8%, 60대가 7.1%, 70대가 4.1%순이었다.


가해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를 보면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29.6%,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12.8%, '자신을 무시해서' 8.7%, '성관계를 거부해서' 1.5%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 중 37명은 가해자의 살해행위 전에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만남과 재결합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스토킹했고 이는 살해행위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일부 가해자는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여성을 살해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혀 재판부로부터 폭행치사나 과실치사 등 살인죄에 비해 경한 죄목을 적용 받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국가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과 여성살해의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는 동안 매년 수백명의 여성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요한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수 십 년간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사실상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여성살해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여성폭력 관련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전면 쇄신해야 할 때"라며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임을 이번 총선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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