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4주 연속 0.1% 오르며 꺾일 듯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규제의 효과가 한계치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2·20 부동산 대책 이후에는 인천과 대전 등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될 조짐을 보여 추가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한국감정원의 '2월4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24일 기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0.3% 올라 전주(0.27%) 대비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12·16 대책의 주요 타깃인 서울이 4주 연속 0.1% 가격이 오르며 상승폭 둔화가 주춤한 상황인데다, 인천과 경기도는 오히려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연스레 수도권 집값도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6주 연속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급등세에 비하면 하락세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란 분석이다. 실제 잠실 주요 단지는 일부 급매물이 거래된 뒤 다시 호가가 오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2월 21억7000만원까지 거래가 되다가 대책 발표 이후 19억 중반대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엔 20억~21억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강남3구와 양천구 외에는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종로구와 용산구, 광진구, 강동구 등이 0~0.02% 수준의 오름세를 보여 조만간 가격이 하락세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주 들어 대부분 상승폭이 소폭 오르거나 보합세를 유지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일명 노·도·강)와 구로구 등은 0.08~0.09%로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상승폭이 적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원·안양·의왕 지역을 '핀셋규제'한 2·20 대책의 영향으로 인천과 대전, 세종 등으로 '풍선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세종의 경우 최근 2주간 1.41%, 1.52%로 큰 상승폭을 보이면서 비정상적인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근에 위치한 대전도 이달 들어 0.17%→0.31%→0.53%→0.75%로 집값이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28주 연속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있는 인천의 과열 조짐도 만만치 않다. 상승폭(0.40%) 자체는 세종이나 대전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수원 등 '핀셋규제'가 적용된 지역을 피해 유입된 투기세력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연수구(1.06%) 등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건설 등 호재가 많아 가격 오름세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센트럴시티 85㎡는 최근 4억79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현재 호가는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외에도 조정대상지역인 용인 수지구(1.04%), 수원 장안구(1.36%) 등과 비규제지역인 화성(1.07%), 오산(0.18%) 등의 아파트값도 비교적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12·16 대책과 2·20 대책의 부작용이 뚜렷한 만큼 추가 규제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규제시점은 4월 총선 이후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앞당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머뭇거려서는 안된다"며 "어디든 투기 조짐이 보이면 확실한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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