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럭' 기침만 해도 "집에 가", 기업들 코로나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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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을 휩쓸면서 기업과 직장인들이 코로나 포비아(공포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무실에서 헛기침 한번 하려고 해도 다른 직원들 눈치를 봐야하는가 하면 회사에 유증상자나 밀접접촉자가 있다는 소문만 돌아도 불안에 떠는 현상이 나타났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A사 건물에 지난 24일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가 발생했다. 회사는 즉시 해당 층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해당 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다른 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밀접접촉자와 같은 식당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수도 있는데 해당 층만 폐쇄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대응 아니냐는 불만이었다.


B사에 근무하는 직원 박성민(가명ㆍ38)씨는 "접촉자가 확진자가 될 수도 있고 코로나19 불안감이 전국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회사 측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B사에 근무하는 김민경씨(가명ㆍ35)는 지난주 2일간 집에서 재택근무를 해야했다. 평소에 기관지가 약해 기침을 가끔하는데 팀장이 김씨의 기침 소리를 듣더니 조퇴를 권고해서다.

팀장은 김씨에게 컨디션이 괜찮아질때까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김씨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닌데 환자 취급을 당한것 같아서 다른 직원들 보기가 조금 민망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회사에 발생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면 불안감은 가족, 친지로까지 확산된다. GS홈쇼핑, 삼성전자, LS타워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의 직원들은 가족은 물론 친지, 주변인들의 걱정을 한몸에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코로나19 우려가 확산되자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결정한 대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이번 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필수 근무 인원과 당직자들, 불가피한 미팅이 예정된 사원을 제외한 전 임직원에게 이번 한 주 동안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KT는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절반씩 번갈아 가며 재택근무를 한다. LG유플러스도 대구ㆍ경북 지역의 경우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네이버도 이날부터 28일까지 전 직원 원격근무체제로 전환했으며 카카오는 이날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시행한다.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많다.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재택근무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꿈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 특성상 생산라인을 세울 수 없는 기업들은 상황이 악화해도 직원들을 출근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지만 제조업 특성상 재택근무는 아예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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