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IMM PE 만나 코로나 위기 극복할까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국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전 세계 여행 시장을 개척하려던 하나투어가 암초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환자가 발병한 지 한달여 만에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해 12월23일 이사회를 열어 결의한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를 기존 5만8000원에서 5만5500원으로 4.3%가량 낮췄다. IMM PE 측이 출자하는 자금 규모도 1347억원에서 1289억원으로 줄었다. 하나투어는 조달한 자금을 전 세계 인프라 확보와 콘텐츠 수집을 위한 해외 투자 등에 사용한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IMM PE는 하나투어 지분 16.7%(232만3000주)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된다.

하나투어와 IMM PE는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당분간 국내 여행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주 발행가격을 조정했다. 지난 10일 하나투어 주가는 4만8600원으로 유상증자를 최초 결의한 지난해 12월23일 종가 5만1100원 대비 4.9% 하락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병한 직후 공개했으면 IMM PE가 투자를 미루거나 현 조건보다 유리하게 투자했을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 환자는 지난해 12월12일 발병했다. 3주 가까이 늦게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는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0일 첫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하나투어 주가는 당일에만 5% 이상 급락했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5만6000원을 웃돌던 하나투어 주가는 이달 초 4만3400원까지 하락했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이 발병했을 때 여행과 항공주 주가가 급락했던 학습효과가 작용하면서 하나투어 주가 하락 속도가 빨랐다.

하나투어, IMM PE 만나 코로나 위기 극복할까 원본보기 아이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뿐만 아니라 하나투어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투어의 1월 패키지여행 송출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일본과 관계 악화로 일본으로 여행하려는 수요가 감소한 데다 중국 여행 수요까지 줄어든 결과다. 2월부터 4월까지 패키지 여행객 예약률도 예년보다 절반까지 떨어졌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나투어의 중국 인원 비중은 전체 여행객 수 가운데 13%를 차지했다"며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과 인접국인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려던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하나투어는 IMM PE가 오는 28일 증자 대금을 내지 않으면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여행수요 급감 현상을 반영해 올해 하나투어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278억원에서 3억원 손실로 하향 조정한다"며 "해외여행 수요는 하반기 들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얼마나 이어질 것인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앞서 하나투어는 지난해 7월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하기 위해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평가 등급을 받았다.


하나투어는 2017년 말까지 사실상 무차입 구조를 유지했다. 2017년 연결 기준으로 하나투어는 차입금이 255억원에 불과했다. 2018년 일본 도쿄에 있는 신규 호텔 관련 금융리스부채와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일본법인의 원화 담보 대출 등으로 총차입금이 12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2767억원 규모의 운용리스를 일시에 리스부채로 인식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총차입금은 4506억원까지 불어났다. 순차입금 1380억원을 기록하면서 무차입 구조가 깨졌다. 부채비율은 2017년 말 150.4%에서 324.1%까지 치솟았다.


재무 구조가 다소 악화됐다고 하지만 면세와 호텔 부문 등 기존 적자 사업부문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서 한국기업평가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평가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인 수준으로 봤다. 투자자들은 본업인 여행업 침체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요구했지만 하나투어는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 사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하나투어는 금융기관 차입을 늘렸다.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46%까지 높아졌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MM PE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2~3년에 걸친 구조조정 규모에 따라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때"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