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의 자기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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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기 부정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금융감독원 20년사’에서 금융회사 제재의 중심축을 임직원 징계인 신분 제재에서 과징금ㆍ과태료를 부과하는 금전 제재로 방향 전환했다며 추켜세웠다. 이 방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감독방향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하나ㆍ우리은행 임직원 징계를 보면 이런 ‘제재 선진화’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20년사에서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금융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사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제재는 주로 임직원에 대한 신분 제재를 근간으로 운영해 왔으나 금융사 임직원의 보신적 업무행태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있어 금전 제재 등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제재 선진화에 대한 자화자찬은 이어진다. 금감원은 “2004년부터 검사 결과 도출된 경영상 취약점에 대해 사후 문책적인 성격의 제재보다 확약서 징구, 양해각서(MOU) 체결 등 금융사의 자율 개선을 위한 지도적ㆍ비제재적 조치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고 적었다. 또 “2016년엔 법규 위반에 대해서도 확약서 징구 내지 MOU 체결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최근 금감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른 임직원 징계 처분과 전혀 달라서다. 물론 중대한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금감원은 금융사에 영업정지, 최고경영자(CEO) 해임권고 건의 등 엄중 제재를 해야 한다. DLF 사태는 피해자들의 원금손실을 가져올 정도로 파장이 컸다.


문제는 징계 과정이다.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바뀔 정도의 제재를 가할 때는 투명성과 공정성 담보가 확보돼야 한다. 당국은 징계 논리가 모호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중징계를 밀어붙였다. 현행 법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제재만을 규정할 뿐 통제 미비나 운영 부실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사안에 따라 제재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분 제재에서 금전 제재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건 수년 전부터 나온 말이지만 이번엔 금감원이 문제로 삼은 관행을 되살렸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20년사에서 밝힌 ‘제재 선진화’를 통해 징계 개선에 대한 자화자찬이 자기부정으로 들리는 이유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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