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식스센스' 유전된다.. 인간은?

초파리 굶으면 자기감각 발현
부모의 자기감각 후손에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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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동물의 대표적 제 6의 감각으로 꼽히는 지구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자기 감각)이 유전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실체조차 파악하기 힘든 자기감각이 생존 본능에 의해 작동하며 이 능력은 후손에까지 유전된다는 게 연구 결과다. 연구진의 다음 연구 대상은 인간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채권석 경북대학교 생물교육과 연구팀이 초파리가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이를 이용해 먹이를 찾는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배고픈 초파리, 지구자기장을 따라 이동
산란 후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 사이 알(egg) 단계에서 '대구자기장'을 각인한 초파리들이 성체가 된 후 30시간 가량의 단식 상황에 놓이자, 대구자기장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란 후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 사이 알(egg) 단계에서 '대구자기장'을 각인한 초파리들이 성체가 된 후 30시간 가량의 단식 상황에 놓이자, 대구자기장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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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초파리의 자기감각이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산란한 지 6~9시간 정도 지난 초파리 알(Egg)에 지구자기장을 노출했다. 이후 성체가 된 초파리에게 30시간 정도 굶기자, 초파리는 알 시기에 노출됐던 자기장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만 알 상태에서 지구자기장을 각인한 초파리라도 굶지 않았거나, 다른 자기장(벤쿠퍼자기장, 마드리드자기장)에 놓여 있을 때는 자기감각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연구진은 초파리의 자기감각이 유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부모 세대 초파리의 각인행동은 특정 지구자기장에 노출되지 않았던 후손에게 관찰됐다. 특히 자기감각을 각인한 수컷과 암컷이 낳은 후손에게서만 자기감각이 발현됐다.

초파리의 자기감각 유전된다
초파리가 지구자기장을 각인하는 시기는 산란 후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이 경과된 알(egg) 시기(* 표시) 국한된다.

초파리가 지구자기장을 각인하는 시기는 산란 후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이 경과된 알(egg) 시기(* 표시) 국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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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지난 50여년간 이어진 자기감각 연구 발전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약 60종의 생명체가 지구자기장을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물 한 개체의 일생에서 어느 특정 시기에 지구자기장을 기억해 생존하는지, 각인 정보가 후손에 유전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 측은 "지난 7년간 초파리를 관찰해 자기각인행동을 규명한 연구로, 보편적 현상으로 동물에 적용하기에 이르지만 향후 고등동물에서의 기초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지구자기장의 각인 기작을 심층 연구하고 인간의 지구자기장 각인 여부와 기능도 탐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에 2019년 12월 30일 실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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