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기업부채 폭증, 세계 경제 위협"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대 과정에서 신흥을 중심으로 기업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교역조건 악화와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을 거치면서 기업부채 부실화로 인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점증하는 글로벌 기업부채 리스크'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인 기업부채 급증이 가진 위험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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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가 선진국(11개국)과 신흥 주요국(21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만 해도 전 세계 기업 부채는 45조40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0조7000억달러로 56%(25조3000억달러) 증가했다.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의 경우 2008년 78.2%인데 반해 2018년에는 91.5%로 상승했다.

특히 기업부채 증가분의 74%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집중됐다. 세계교역 둔화 등 글로벌 교역조건이 악화될 경우 부실화 위험이 큰 것이다. 선진국의 기업부채는 10년 사이에 6조2000억달러 늘었지만, 신흥국 기업부채는 19조1000억달러 증가했다.


선진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의 올해 10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기업대출 기준은 큰 폭으로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의 경우 은행이나 비은행 금융회사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서도 유사한 경고가 나왔다. FSB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 금융여건이 장기화를 거치면서 일부 국가에서 기업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낮은 신용기업에 대한 대출인 레버리지론과 레버리지론을 기초로 한 대출담보부증권(레버리지론을 구조화한 증권)의 익스포져 증가다. FSB는 금융사들이 저금리 속에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져를 확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FSB 총회에서는 각국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익스포져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유동성과 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증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부채가 부실화되고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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