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이 든 성배'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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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사퇴론으로 확장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다. 그러나 사퇴가 현실화 돼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원내대표를 물려받을 사람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나 원내대표의 사퇴론에 불을 지핀 것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였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 원내대표를 겨냥해 "야당 원내대표는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이제 그만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내려오는 것이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야당을 살리는 길이다. 더 버티면 추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정치 원로들께서는 제발 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나눠주십사고 부탁드린다"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서는 안 된다. 책임은 좀 더 이따가 물어도 된다"고 나 원내대표를 엄호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면 안 된다? 전투에 실패한 장수는 전쟁 중에 참(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서 무능한 장수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그걸 계파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잘못된 거다. 참 딱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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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의 이같은 독설에도 당내에선 아직 민 의원처럼 나 원내대표 우호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누가 원내대표를 맡아도 나 원내대표만큼의 이상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심지어 원내대표를 물려받을 경우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총선까지 원내지도부를 이끌어야 하는데, 현재 지지율 흐름이나 이런 것을 볼 때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총선 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름값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총선에서 패배하게 될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원내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도 나 원내대표를 끝까지 임기 끝까지 '밀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원들은 수사나 고발에 연연하지 않고 원내지도부를 믿고 따랐던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사태를 진두지휘한 나 원내대표에게 결자해지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15일 한국당 추석민심 보고대회에서 "저들은 저 가혹하고 악랄하게 한국당을 압박할 것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로도 압박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정국은 불법 사보임에서 시작했으니 문희상 의장부터 수사해야 한다. 한국당의 모든 일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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