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악몽 같은 밤'…대형 산불 속초, 재난 영화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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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속초)=이관주 기자, 유병돈 기자] ‘아수라장’ 대형 산불이 난 강원 속초시·고성군 일대는 그야말로 참혹 그 자체였다. 재난영화에서나 볼법한 연기가 도심을 가득 메웠고,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5일 오전 1시께 찾은 속초시 장사동·노학동 일대. 거센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뿌연 연기가 왕복 6차선 도로인 미시령로를 가득 메워 마치 안개가 잔뜩 낀 날을 연상케 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나무들이 스러진 상황. 한 나무를 태운 화마는 곧바로 옆으로 옮겨져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었다. 불길이 닿은 가건물들은 남김없이 재로 변했다. 유통창고 앞에 주차돼 있던 트럭 등 차량 수대도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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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주유소 코앞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아슬아슬한 상황도 연출됐다. 주유소 옆 컨테이너가 불타오르자 소방대원들은 불길이 도심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샘 진화작업에 나섰다. 경찰과 방범순찰대 대원들은 주요 진입도로를 통제하며 소방차가 다니는 통로를 확보해줬다.


주민들은 뜬눈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긴 밤을 버텨내고 있었다.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바닷가 등으로 피신한 이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전 속초로 이사를 온 박모(32)씨 가족은 짐을 채 풀기도 전에 대피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씨는 “어제 이사를 왔는데 집 앞까지 불길이 옮겨 붙었다”면서 “가지고 온 짐을 그대로 꺼내 급하게 대피하는 중”이라고 허탈해 했다.

이미 여의도 면적(290㏊)과 맞먹는 250㏊의 삼림이 소실된 상황. 대피 인원은 주민 2천155명, 군인 1천465명 등 3천620명에 달하고, 주택 120여 채와 창고·비닐하우스 등도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위험한 것은 단순 불길만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불씨 수십~수백 개가 도로와 풀숲, 나무 등으로 튀어 새로운 불길로 이어졌다. 강풍을 타고 날아온 듯 도로 주변에서도 손쉽게 불똥이 보일 정도였다. 시민들은 “불이 날아다닌다” “손댈 수가 없다”며 좌절했다.


악몽 같은 밤은 언제 끝날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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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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