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내린 저축銀 예금금리, 속사정 있었네

인터넷銀 예금금리에도 못 미쳐
작년 내놓은 퇴직연금 수신 몰려
예대율 맞추려 예금 덜받은 탓

속절없이 내린 저축銀 예금금리, 속사정 있었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올해 들어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금금리가 저축은행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평균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연 2.28%로 지난해 12월31일(2.62%)에 비해 0.34%포인트 떨어졌다. 2년 만기도 2.70%에서 2.36%로 같은 하락폭을 보였다.

SBI저축은행, OSB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3곳이 1년 만기 2.40%, 2년 만기 2.60%로 금리가 가장 높았다. 나머지 저축은행 금리는 최소 1.80%(1년)에서 2.50%(2년)로 인터넷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판매 중인 ‘코드K정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 2.40%, 2년 만기 2.45%로 저축은행 평균보다 높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도 1년 2.35%, 2년 2.40%의 금리를 주고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건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판매 중인 퇴직연금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2.5%가량의 금리를 주는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자 기존 1%대 수익률에 실망한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말까지 OK저축은행이 약 3820억원, SBI저축은행 3500억원가량 판매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예ㆍ적금 외에도 수신을 끌어올 방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현재 24개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으로선 퇴직연금은 복덩이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상품을 만들어 내놓기만 하면 시중은행, 증권사 등에서 알아서 판매하고 수수료도 준다. 또 만기가 되면 떠나는 예금 고객과 달리 퇴직연금 고객은 10년 이상 붙잡아 둘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복덩이 퇴직연금이 늘어날수록 예대율을 맞추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수신을 끌어온 만큼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무작정 대출상품을 판매할 수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대신 10%대 중금리 상품을 판매하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저축은행이 대출을 늘리기보다 금리를 낮춰 수신을 덜 받는 전략을 펴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단기 고객이 대부분인 예금보다는 고객을 묶어둘 가능성이 큰 퇴직연금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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