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탓" vs "북한 탓"…'하노이 선언' 불발, 서로 책임론

리용호 외무상·최선희 부상 긴급 심야 기자회견
"역사적인 제안했는데 미국이 더 요구해 불발"
"완전한 제재완화 요구한 적 없다" 트럼프에 반박
김정은 충격 받은 모습…"거래 의지 잃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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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하기로 했던 '하노이 선언'이 불발된 것을 놓고 북·미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충격을 받고 '거래'에 관심을 잃은 것으로 보여 추가 회담 자체도 매우 불투명해졌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북측이 과감한 조치를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배석한 최선희 외무상 부상은 "우리는 영변 핵단지 전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플루토늄 시설, 모든 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으로 하지 않았던 제안을 이번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선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완전한 제재 완화만을 원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 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했다.

이번 협상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래에 더 좋은 기회에 만날 수 있다"고 했지만 3차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 북측은 기존의 입장에서 더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김 위원장의 대화 의지도 흔들릴 수 있다.


리 외무상은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상은 "민수용 제재결의의 부분적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측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영변 핵단지 내 '거대한 농축우라늄 공장'까지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미측의 호응이 없었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측에 차려지겠는지(마련되겠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다음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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