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 후폭풍]앞으로 과제는 "정부 지속 관심과 '지역 삶'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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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최동현 기자] 전국 17개 시·도 23개 사업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없이 추진된다. 모두 24조1000억원 규모다. 예타 면제 자체와 예타 면제 대상, 방식 등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부 목적에 초점을 맞춰 볼 때 앞으로 필요한 건 '취지 달성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가 내세운 명분을 국민이 수긍하기 위한 추후 모니터링'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타를 면제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어도 일정 목적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당위만 내세우지 말고 비용 대비 효과, 지역민 삶의 변화 전망 등을 분석해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후 경제성 등 비전에 대한 예측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루뭉술 포장하지 말고 '이 사업은 비용 편익비(B/C)는 안나오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는 공감대가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성장과 고용 성적표 개선이 절실한 시기에 정치적 효용에 따라 추진된 나눠먹기식 대규모 지역숙원사업 해결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지역민 생활이 이 사업 덕분에 확연히 개선된 부분 등 성과를 판단 받아야 할 것"이라며 "사업비 사용처와 실제 완공됐을 떄 지역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보고 등도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된 기간 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추진 역시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예타 면제 이후에도 사업을 곧바로 착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산 편성문제, 연차별 투자 및 사업계획 문제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까지 당초 취지대로 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타 면제가 지자체 숙원 사업 해소라는 측면에서만 접근될 게 아니라 실제로 지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기 떄문에 예타 면제 대상과 연계한 생활형 SOC 등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는 예타 방식에서 방법을 찾아야한단 목소리도 나왔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주택·인프라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예타 면제 발표와 함께 '예타 조사기관 다원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그간 단일 기관이 조사를 하다 보니 예타에만 수년이 걸려 적기에 적정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예타 조사기관 다원화가 이뤄지면 향후 지역 인프라 사업 추진 구조 역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예타 면제 결정에 대해선 다양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정의·한국환경회의 등 환경단체는 "보여주기식 과도한 SOC 재정지출은 지역의 자연환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민공동체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며 반발했다. 예타 면제에서 탈락한 수도권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조주현 교수는 "(이해관계에 따름)지역 주민 반대, 환경단체 반발 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탑다운' 방식으로 국가가 모든 걸 계획하고 국민이 따르던 시대는 지났다. 각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잘 설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도 예타를 피해갈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발전과 균형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 등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국회의원이나 각 지역에서 너도나도 '우리 지역도 면제해 달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점, 내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예타 면제' 같은 공약을 남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조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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