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아이엄마와 아이는 눈으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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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3살 딸을 두고 있는 조모(30)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아이와 함께 지하철에 오르자 장년·노년 승객들은 “아이가 귀엽다”며 자리를 양보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70대의 한 할아버지가 “뽀뽀 한 번 해보자”며 불쑥 아이의 팔을 잡아끈 것이다. 조씨는 급히 아이를 빼내 다른 자리로 옮겼다.

조씨는 “어르신 연세도 있고, 주변 시선도 있어 특별히 불쾌함을 드러내진 않았다”면서도 “‘손이나 씻고 우리 아이 만지시는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을 간신히 참았다”고 전했다.임신해 배가 불러있거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은 지하철 등 공공장소를 갈 때면 늘 불안하다. 어디선가 불쑥 뻗어 나와 아이를 쓰다듬는 손을 신경써야하고, 어르신들의 불필요한 참견에 시달려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에 이뤄지는 행동들인 것을 알지만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임모(35)씨 역시 어르신들의 간섭이 스트레스다. 아이와 함께 마트를 찾은 임씨는 잠시 쉬기 위해 고객 휴식 공간을 방문했다. 의자에 앉자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할머니로부터 “아이가 참 예쁘다”는 칭찬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내 할머니의 설교가 시작됐다.

임씨는 “아이를 늦게 가진 것 아니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요즘 엄마들은 버릇이 없다거나 아이를 너무 감싸고 돈다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며 “지쳐서 잠시 쉬려고 했던 것인데, 처음 보는 할머니의 설교로 더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씨는 “유독 어르신들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한테 쉽게 말을 거는데, 오가는 정도 좋지만 듣는 입장에선 거부감이 든다”고 전했다.지난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특이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남의 아이를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글쓴이는 화장실 옆 칸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손도 안 씻고 아이를 불쑥 만진 게 못마땅했다. 그는 “변기 레버를 만진 손으로 아이 얼굴을 만지다니”라며 청원을 남기기도 했다.

조씨는 "길가던 사람의 가방이 예쁘다고 해서 처음보는 사람의 가방을 덥썩 만지진 않는다"라며 "아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이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만지는 행동은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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