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서울의 지역구 49개 중 종로의 출마자는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동 2위에 오른 지역의 출마자가 6명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종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어떤 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종로는 무조건 후보자를 내는 게 관행처럼 정착됐다.종로 선거 결과는 거물 정치인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대선 주자의 기반을 다졌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국회의원 최고 권위인 국회의장을 역임하며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반면 청와대 꿈을 키웠던 정치인들은 ‘종로 예비고사’에서 미끄러져 정치인생이 흔들리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종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세균 벽’에 막혔다. 당시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은 39.72%, 정세균 후보는 52.60%로 집계됐다. 낙선의 아픔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득표율 격차였다.
임 실장의 종로 출마설이 불거진 이유는 정치 관례상 국회의장을 지내면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는 관행 때문이다. 정 전 의장이 실제로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임 실장의 유력한 총선 출마 후보지로 떠오를 수 있다. 정 전 의장과 임 실장이 종로 출마와 관련해 교감을 이뤘다는 관측도 있지만 아직은 정치권의 설(設) 수준이다.
정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임기가 끝날 무렵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비공개 조찬모임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의 불출마 관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종로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야당도 전략적 선택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쪽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했던 오 전 시장이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신청했다는 점이 변수다. 다만 민주당 쪽에서 누구를 내보내든 한국당도 거물 정치인을 '저격 공천'하면서 맞불을 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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