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갈등에…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 사의 표명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미셸 총리의 유엔이주협약 서명 방침이 의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집권 4년 만에 대연정이 깨졌고 불신임 투표까지 제안되자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일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셸 총리는 이날 "내 호소가 (국민과 의회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이해했다. 나는 이 상황을 존중한다"면서 "이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으며 사의를 전달하기 위해 국왕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벨기에 왕궁은 트위터를 통해 "필리프 국왕이 미셸 총리를 만났다"면서 사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내년 5월 총선까지 5개월 남은 상황에서 필리프 국왕이 곧바로 그의 사임을 받아들일지 아직 확실치 않다"고 평가했다. 필리프 국왕이 미셸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40일 안에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벨기에는 지난 2014년 총선 이후 네덜란드어권의 중도 우파 성향의 민족당(N-VA), 기독민주당(CD&V), 자유당(Open VLD)과 미셸 총리의 프랑스어권의 자유당(MR) 등 4개 정당이 연립해 정부를 구성했다. 이 중 N-VA는 반(反)난민 정책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유엔이주협약에 서명하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밝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했다.이에 미셸 총리가 지속적으로 유엔이주협약에 서명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8일 N-VA는 연정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소수 정당 출신의 미셸 내각은 여소야대 의회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제휴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어려워 사임의사를 밝히게 된 것이다.

벨기에에서는 유엔이주협약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폭력시위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6일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 주변에서 N-VA 등 우파 정당 주도로 유엔이주협약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마라케시 반대 행진' 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