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재범률 44%…법 바뀔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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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전역을 앞둔 20대 군인이 휴가를 나와 귀가하던 길에 만취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결국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음주운전의 처벌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뺑소니'가 아니여도 살인죄에 준하는 형량을 적용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발의돼 통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음주운전 단속을 확대하고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등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음주운전은 근절되지 않았다. 처벌 수위가 해외에 비해 관대해 단속만 피하면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했던 탓이다. 18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음주운전 처벌에 관한 국제비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7년에 발생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6만3685건으로 사상자도 3만7000명 이상 매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 교통사고 중 44%(2만8009건)은 재범으로 습관적인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은 약한 편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혈중알코올농도 0.05%부터 음주운전으로 보고 있다. 술을 한두잔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곳은 독일, 프랑스이고 미국과 영국은 이보다 관대한 0.08%를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헝가리와 체코, 루마니아는 한 방울이라도 처벌을 받는다. 스웨덴, 폴란드는 0.02%의 엄격한 처벌기준을 적용하며, 일본 역시 2002년부터 0.03% 이상을 음주운전으로 보고 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처벌수위는 한국이 관대하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우리나라는 소위 '뺑소니'가 아니라면 '1년 이상 유기징역' 가중처벌에 그친다. 입법처는 "현행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 후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알고도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살인죄에 준하는 범죄행위로 보는 반면 교통사고 전 음주는 살인의도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살인죄 형량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뺑소니' 여부와 관련없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강력 처벌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는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A급 중범죄로 분류하고 있으며, 뉴욕주는 ▲1급 교통사고 고살 ▲2급 교통사고 고살 ▲가중 교통사고 상해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중범죄로 처벌한다. 영국은 14년 이하 징역형으로, 프랑스는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입법처는 "우리나라는 다른 범죄와의 처벌형평성을 이유로 음주운전 형량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유지해오면서 음주운전을 흉악범죄행위로 인식하기 보다는 단순 실수로 치부돼왔다"며 "이제는 운전자가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처는 다만 법적형량을 상향하는 것 만큼 실제 선고형량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법처에 따르면 대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시에 징역 1년~3년, 최대 4년6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양형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대부분 징역 8개월~2년이 선고되고, 이 중 77%는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상해사고의 경우 집행유예가 95%에 달한다.

입법처는 이 외에 "대중교통 운전자에는 무관용 원칙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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