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해양경찰이 온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찰스 클라크는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술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상황을 일컫는다. 무인자율자동차, 증강현실(AR), 스마트시티 등 상상력이 현실이 되고 있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장 임팩트있게 설명한 말이다.

최근 이국종 교수가 출연한 TV 광고(대한민국을 위한 오늘의 기술)를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선도 기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해양경찰 업무영역에 융합돼 연결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방향을 제시한다. 안갯속에서 무인비행선의 열화상카메라가 조난자를 찾아내고, 해양경찰관이 착용한 스마트글래스로 촬영된 화면을 이 교수가 보며 원격진료를 실행한다. 이 짧은 광고 한 편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해양경찰의 미래를 만날 수 있다."융합을 핵심으로 모든 영역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기술이 융합한 인류 최대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클라우스 슈바프의 말처럼 각종 정보기술이 기반기술과 융합하거나 신기술이 결합되며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충분히 가능성 있는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AI 성능을 향상시키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빅데이터와 AI, 자율주행차, 차세대통신, 드론, 혁신신약, 맞춤형헬스케어 등 13개 분야를 혁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며 이어 지난 5월 열린 제14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미래성장동력 특별위원회에서는 13개 핵심분야에 대해 5년간 총 9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는'혁신성장동력 시행계획'을 확정했다.민간혁신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은 앞으로 3년간 국내에서만 130조원을 비롯해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8월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약 25조원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AI, 5G, 바이오 등에 집중 투자된다.

해양경찰은 업무영역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융합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인간의 직관과 경험적 판단에만 의존해야만 했던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해경상황실에도 과거 사례, 기상, 해역특성 등 각종 상황변수와 대응전략이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판단에 대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수준의 AI가 구축된다면 언제라도 최적화된 상황판단이 가능한 선박관제와 상황실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해안가에 설치된 AI형 CCTV는 조난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사람이 바다에 빠지면 조난상태를 인식해 상황실과 인근에서 순찰 중인 무인함정에 신호를 보내고 무인함정은 최적화된 시스템을 통해 즉각적인 구조 활동에 투입돼 조난자를 구조하는 혁신적인 해양경찰 구조ㆍ안전시스템이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 그 정점에 스마트 해양경찰이 있다.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 철학자 볼테르가 "의심은 불쾌한 일이지만 확신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듯이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며 확신하고 있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변화한다. 이처럼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곧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해양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거센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더 강하게 변모할 것이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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