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믿을 수 있나…글로벌 투자자 우려

해외사업 수주 차질 불가피
국내 투자자 국민청원 진행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017년 기준 매출액은 가장 작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글로벌 경제지 포춘(Fortune)지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에 대해 이 같이 평가하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넷플릭스,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그룹 등과 함께 '포춘 50' 기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고 심지어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두고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한국 증시 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에 불신의 시선을 던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삼성바이오에서만 벌어졌지만 다른 산업의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면서 "산업 자체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신뢰를 잃어서 부정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제리코캐피털자산운용의 조시 레스닉 설립자 겸 파트너 매니저는 몇달 전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규제기관이 2016년 내린 결정을 철회하려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 규제기관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처음 본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초 해외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사업성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지난 4월 노무라증권은 삼성바이오에 대해 "출범 7년도 안돼 세계 최대의 바이오 위탁생산(CMO) 업체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노무라증권은 "중장기 CMO(위탁생산) 사업 성장에 기대감이 크다"면서 "2017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하며 업계 평균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고의 분식회계 판단으로 삼성바이오의 해외 사업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의 매출 대부분은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의 의약품 위탁생산(CMO)에서 발생하는데 해당 기업들은 윤리 강령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은 데다 형사적 조치도 가해질 수 있는 만큼 해외 기업의 신뢰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는 18만ℓ 규모의 제 3공장을 준공하며 기존 공장 규모의 2배인 36만2000ℓ로 늘렸다.

국내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다. 지난달부터 이달 1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바이오 순매수 규모는 4400억원을 넘는다. 이른바 '검은 10월'의 폭락장에서도 개미들은 꾸준히 삼성바이오의 주식에 투자했지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2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불신과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의 국내 소액주주는 약 8만명이고, 외국인 보유지분은 9%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들은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다. "기업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산 피해는 누가 책임지느냐"는 등의 토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에 따른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사와 감사인에 대해서 손해 배상 소송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또 삼성바이오는 해외제약사로부터 약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고의 분식회계 결정으로 인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향후 해외제약사로부터의 위탁 수주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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