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北, 여유있는 美…회담재개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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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북ㆍ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북측이 대북제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미국 측에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회담 재개 여부도 '안갯속'에 빠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이유를 '북한의 불만'으로 해석했다. 미국의 제재완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만나봐야 실익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CNN방송은 8일(이하 현지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 조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에 정말로 화난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며 "자신들이 추가 조치를 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소식통은 북측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한 고위급 또는 실무 대화를 통해 현시점에서 얻어낼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회담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북ㆍ미 고위급회담 연기와 관련해 "북한이 취소했다"며 북한이 조기 제재완화 같은 조치를 얻어내고자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미국은 대화 재개의 모멘텀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회담 연기의 책임을 북측에 돌리는 식으로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UN)주재 미국대사는 8일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들(북한)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담을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요 외신 등이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는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에) 올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는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며, '어떤 주요한 문제'(some major issue)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북제재에 대한 양측 간 의견 조율이 관건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북제재 완화'와 미국의 '비핵화 이행'은 근본적으로 어느 쪽이 먼저를 주장할 경우 틀어질 수밖에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양쪽 모두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목표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ㆍ미간 대화는 언제든 막판에 무산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틀에 갇혀버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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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북ㆍ미 고위급에서 논의하려고 했던 의제도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 미 국무부는 5일 성명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오는 8일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4대 합의사항의 진전을 위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보듯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와 검증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공동선언 4개항 중 미국은 비핵화와 유해 송환에 초점을 맞춰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ㆍ미간 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지도 현재로는 불투명하다"며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이행 의지를 보여야 대북제재 완화 등 관련 상응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ㆍ미간 실무협상이 북측의 통보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9일 한 언론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갖기로 했던 북ㆍ미 비핵화 실무협상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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