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오동나무 나이테 CD/반칠환

가슴속 둥근 오선지에 천 마리 새가 앉아 있지. 옹이 버튼 누르면 참새 한 떼 날아오지. 짝짝짝 박수 치고 짹짹짹 노래하지. 잔잔한 바람 불면 파랑새도 날아오지. 팔랑팔랑 날아와서 파랑파랑 노래하지. 백 년 나이테에 백 년 음악 들어 있지. 봄 가뭄 여름 장마 가을 태풍 겨울 눈보라 사계가 들어 있지. 백 년 노래 듣는 동안 백 년 세월 멈추지. 큰바람 불면 홍여새도 날아왔지. 홍여홍여 노래하다 떠나갔지. 올해도 오동나무 한 가지는 꽃 피었지. 허위허위 날아오던 새 한 마리 내후년쯤 추락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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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요 참 큰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요 사람들 말로는요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있었다는데요 정말인지 아닌지는 정말로 모르겠는데요, 그런데요, 그 오동나무가요 봄이면 수천 개의 귀를 삐죽삐죽 내밀다가요 여름이면요 어떤 거는요 아이 얼굴만 하게 어떤 거는요 어른 손바닥보다 한참 더 크게요 귀가 쑥쑥 자라는데요 가만히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더라구요. 하루 종일 칭얼거리는 매미 울음도 다 들어 줘야 하구요 가끔은요 나비가 전해 주는 옆 단지 꽃밭 이야기도 솔깃하구요 학원 가기 싫다고 떼쓰는 하민이 푸념도 한참은 안아 줘야 하구요 어제 늦은 밤에는요 글쎄요 제 아름보다 배는 되는 오동나무를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우는 1403호 아저씨 술 자신 사연도 받아 줘야 하고요, 그러니 수천 개의 귀가 하루 자고 나면 커지고 또 하루 자고 나면 커지고 그럴밖에요.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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