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병어/주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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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린 딸인데 늦은 밤 편의점에서 시급으로 받은 돈으로 아빠가 먹을 거라고 병어회 한 접시를 사 왔다. 병어는 봄, 연안을 방금 헤엄쳐 온 듯이 은박지처럼 반짝거리고 나는 납작하니 낡은 식탁에 진흙처럼 앉아서 마른 손가락으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써 본다. 밤은 깊어 가는데 식탁 위에는 온통 봄 연안을 건너온 병어의 가시뿐이다.
경칩이 지나고 오늘은 늦도록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이 시를 소개하려고 옮겨 적고 나서 근 일주일 동안 무슨 말을 덧이어 쓰나 고심하고 고심했었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덧붙일 말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가끔 다시 읽고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리다 한숨 한번 쉬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숨 한번 쉬고 그러기만 했다. 다만 바라건대 시인의 어린 딸이 오늘도 무사히 귀가하길 그리고 훌륭하게 자라길, 부디 바라건대 꼭 그러하길.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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