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무역전쟁으로 시험대 오른 버블 중국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무역전쟁을 피하면 좋겠지만,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무역전쟁이 중국경제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중국은 이를 버텨낼 힘이 있다."

무역전쟁이 중국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해왔다.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미국의 행동에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강조하며 먼저 굽히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중국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중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 않자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쪽의 타격이 더 클 것이냐'를 놓고 이를 분석하던 경제 전문가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전쟁이 빨리 끝나려면 더 큰 타격이 예상되는 쪽이 결국 자세를 낮추고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도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자칫하다간 당사국 외 다른 국가들이, 더 나아가 세계 경제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번 전쟁이 올해안에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느 한쪽도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 않으니 당분간 계속 갈 수 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언론이나 유수 대학 경제학자들들의 논평 및 분석 글에는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을 받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

미국에 막힌 시장은 다른 국가에 개방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때마침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라, 정부가 시장 개방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쏟아붓고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역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리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생길 수 있는 상처를 덮을 수 있는 가림막이 될 수 있다.중국이 이미 무역전쟁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금융 리스크 축소를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관련 정책을 펴고 있던 상황에서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용인하고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계속 인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전을 대비해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은행 지준율 인하는 금리인하와는 달리 큰 시장 충격 없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굳이 통화정책을 '완화'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고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 정도로 포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무역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중국이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로 지준율 인하 카드를 자주 꺼내들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유동성 경색과 경제성장 둔화 충격을 어느정도 흡수시켜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조치들이지만, 중국의 버블(거품) 경제가 지닌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자칫 그동안의 부채 축소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중국 경제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은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온 얘기가 아니다. 중국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 경제의 버블을 우려하며 이를 잡지 못할 경우 고속 성장한 중국 경제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펴면서 쏟아낸 4조위안의 유동성이 결국 버블 경제를 만들어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은 과잉생산, 부동산 가격거품,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버블 경제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주닝 예일대·상하이자오퉁대 교수 역시 저서 '예고된 버블(China's guaranteed bubble)'을 통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 암묵적 보증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단기적 고속성장을 만들어냈지만 결국엔 성장둔화, 생산력과잉, 기업부채 증가, 과도한 투자 변동성이라는 부작용이 현재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게 되면 버블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그동안 공 들인 부채 축소 노력과 무역전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각종 지원책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인가가 중국이 떠안게될 큰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경제 타격이 각종 경제지표로 확인될 경우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확대할 수 있다. 출혈이 없는 전쟁은 없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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