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낙엽 쓸기/전병호

쓸어도 또 낙엽이 떨어지는데
아기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또 떨어지는데 왜 쓸어요?"
"깨끗한 땅에 떨어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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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싱긋 웃게 만드는 시다. 물론 아기 스님의 맑은 마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처럼 길이가 좀 짧고 그 의미가 비교적 투명한 시를 두고 흔히 소품이라고 이르곤 한다. 그리고 소품은 그만큼 쓰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들 여긴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시인들은 모르겠지만 써 본바 나는 매번 어렵기만 했다. 아니 애초부터 '소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마뜩하지 않다. 그 반대말은 '대작'일 텐데, 시인이 적공하는 품과 마음이 '소품'과 '대작'에 따라 다를까 싶어서 그렇다. 신이 저 작은 옹달샘에 정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강도 바다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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