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행원은 선배의 '점심시간'이 두렵다

우리은행 신입직원들이 강남역 한 카페에서 외환 업무 관련 소규모 그룹 스터디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 신입직원들이 강남역 한 카페에서 외환 업무 관련 소규모 그룹 스터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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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신입행원들은 선배들의 점심시간이 두렵다. 선배없이 혼자 자리를 지키는 동안 고객이 어떤 업무를 요청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항상 긴장된다. 시스템이 복잡한 집단대출, 외환업무 등을 요청하는 고객이 들어오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식사하러 가신 '선배님'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SOS 도움'을 요청해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앞에선 손님이 '두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시고, 급한 마음에 키보드 위의 손은 미끄러지고, 머릿속은 하얀 백지가 된다. 난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은행이라는 조직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 행원들이 변화 무쌍한 금융환경의 모든 업무를 단시간 내에 완벽히 마스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선배들의 조언과 노하우 전수가 필요하지만, 선배들도 당장 손님을 앞에 두고 업무를 봐야 하는데, 일일이 하나 하나 가르쳐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또 인력이 넘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 맡은 업무 영역이 다른 경우가 많고, 신입이지만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부분도 많다.

◇우리은행, 찾아가는 연수=우리은행은 최근 신입행원들이 실무 상황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소그룹 스터디 연수를 도입했다. 소그룹 스터디 연수란 최근 입행한 개인금융직군, 개인금융서비스직군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찾아가는 연수 프로그램이다. 인재혁신팀 마케팅 교수진이 개발해 올해 처음 실시하는 새로운 연수 방식이다. 인근 점포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을 4~8명 가량 소그룹으로 모아 1~3일간 영업점 사례를 중심으로 여신, 수신, 외환 등 실무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평일 오후 4시 은행업무가 끝날 무렵. 강남역 한 스터디 카페에 우리은행 신입 행원들이 속속 모였다. 신입행원 연수가 끝나고 영업 현장에 배치됐지만, 소그룹 스터디를 위해 다시 모인 것이다. 5명의 신입행원들은 다시 '학생모드'로 돌아가, 남윤규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인재혁신팀 교수(과장)님의 수업을 경청했다. 수업교재는 학생들이 영업현장서 만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해외로부터 원화(KRW)가 도착했는데, 이 건은 어떻게 처리된 것이죠?' '외국인 고객도 여행자 보험 가입이 가능한가요' '외국환 매입, 매도시 영수 확인 코드가 너무 많아서 선택시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유코드를 좀 더 명확하고 알기 쉽게 선택할 수 없을까요.' 등등. 수업 교재에는 익숙치 않은 현장의 애로가 묻어나는 질문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그룹 연수를 이끌어 가는 남윤규 교수는 "저도 수입신용장 관련 업무를 처음 접했을 때 '은행을 그만다닐까' 고민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3개월 간 혼자 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도 안되던 것이 1주일 연수를 받은 후에 모든 내용이 이해가 됐다. 현장에 나가 본 후 다시 받는 교육은 그 흡수력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무를 하면서 그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면 폭발적인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이날 스터티에 참여한 신입행원 김동휘 우리은행 서초금융센터 계장은 "요즘 고객분들은 행원들 보다 정보가 빠르시다"면서 "아는 것인데도 막상 손님들이 오시면 긴장이 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이에 남 교수는 "고객분들이 어려운 것을 문의하신다고 벌벌 떨 필요가 없어. '잠시만 기다리세요'하고, 천천히 진행을 하면 돼. 자주 문의를 받는 내용들은 컴퓨터 앞에 붙여 놓고 해. 우리가 다 외울 순 없어. 찾아가는 방법만 알면 되는 거야."라고 자상하게 지도했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을 했던 박신현 반포 서래지점 행원은 "제가 영업점 특성상 외환 업무가 많은데 정말 영업 현장에서 답답했던 점을 속시원하게 답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민선 방배역 지점 종합상담팀 행원은 "은행에 월급을 받으면서 다니는데 이런 고급 교육까지 받을 수 있고,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규 교수는 "신입행원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 즉 노하우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한다"면서 "요즘 신입행원들은 이런 그룹식 스터디에 익숙하기 때문에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법으로 최대한 지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윤규 교수 외에도 김헌태(차장), 전명진(차장), 김용미(차장), 김명희(차장), 방윤선(부부장) 인재개발부 교수 등이 소그룹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남윤규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인재혁신팀 과장이 새로 도입된 신입 교육인 소그룹 스터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윤규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인재혁신팀 과장이 새로 도입된 신입 교육인 소그룹 스터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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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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