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 하더라”...부메랑 된 MB 모르쇠 전략

지난 15일 오전 100억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귀가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15일 오전 100억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귀가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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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정말 너무 어처구니 없는 대답 아닌가”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진술과 관련해 검찰관계자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아무리 모르쇠 전략을 채택했다고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검찰 관계자들이 가장 황당해 했던 것은 다스의 BBK투자금 반환소송과 관련해 삼성이 해외 변호사 수임료를 대신 낸 부분이다.

검찰조사 결과 삼성은 지난 2009~2011년 사이 다스가 내야할 변호사 수임료 370만 달러를 대신 냈다. 당시 소송을 맡은 미국의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는 삼성의 주거래 로펌으로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을 되찾아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면서 “소송을 맡은 에이킨 검프(미국계 대형로펌)이 무료로 변론을 해 준다고 해서 맡겼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로펌이 남의 나라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을 아무런 대가 없이 수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냐고 추궁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진술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 관계자들은 “만약 국내 로펌이 소가 140억원짜리 소송을 공짜로 해줬다면 그 자체로 이미 뇌물”이라면서 “공짜로 소송을 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강심장이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청와대 문서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 역시 수사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소환조사에서 검찰은 김백준씨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청와대 문서들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이 문건들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영포빌딩 지하에서 보관돼 있었다.

검찰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작성된 문서는 모두가 대통령 기록물”이고 “문서의 양식이나 기재사항 등으로 볼 때이나 명백한 청와대 문서”라면서 “작성자에 대한 조사도 끝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조작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그런 내용이 문서에 담길 수 없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술 과정과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어 어떤 취지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부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근거에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당혹스러운 진술 태도임에는 분명하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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