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미담 기자, 김성현 기자] 하일지(본명 임종주·62)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강의 도중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 및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하 교수를 비판하고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1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동덕여자대학교를 찾은 ‘아시아경제’는 정문 입구에서부터 하 교수와 관련한 대자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하일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한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당신에게 여성은 무엇입니까’ 라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통해 하 교수를 비판했다.
지난 15일 학생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하 교수가 지난 3월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 씨를 두고 수업 중에 “(김지은 씨가) 이혼녀란다. 처녀들하고 이혼녀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학생들은 하 교수가 “처녀들은 성적인 두려움이나 이런 게 더 있을 수 있지만, 이혼녀는 다르다”며 “질투심, 안 전 지사가 김지은 씨하고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면 폭로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여성학센터’ 좌측 건물 앞 하 교수의 망언 모음집이 부착됐다. /사진=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하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분명 잘못된 발언이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재학생 A 씨(22)는 “여자대학교에서 남녀를 프레임으로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게 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여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 교수의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서는 “(하 교수의 발언 수위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선에서 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이 수업 거부를 할 정도로 반발한다는 것은 자유의 범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중학생 딸을 둔 B 씨(45·여)는 “생각의 자유일 수 있으나 지성의 장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교수가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에서 이렇게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교수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대학은 전공에 해당하는 지식을 전달하기에 앞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하 교수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소설가는 인간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여성 욕망에 관해서도 얘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고 해명했다. 또 학생들 반발에 대해서는 (자신의 발언에) 불편을 느낀 학생은 학생대로 (성명 형식으로) ‘리포트’ 쓴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덕여대 측은 하 교수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후속 조치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허미담 인턴 기자 pmdh031@asiae.co.kr 김성현 인턴 기자 sh0416hy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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